비판을 받을 용기
요리는 나한테 맞추지 말고 먹는 사람에게 맞출 것.
내가 하고 싶은 선물 말고 상대방이 원하는 선물을 할 것.
이 당연한 것을 신혼 때는 몰랐다.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당연히 너를 위해 준비한 정성스러운 음식을 해서 주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칭찬을 했어야 맞다.
전 글에서 말했듯이 젊었을 땐 나는 아주 이기적이었고 내 사상이 무조건 맞다고 남을 끼워 맞추는 게 심했다. 한날은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나는 괜찮았으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싱겁고 맛이 이상한데? 고추장 안 넣었어?
너무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잔소리하거나 탓하는 게 아닌 그냥 담백한 비판이었다. 솔직히 듣고 난 직후는 이런 식의 비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라면 화가 났어야 하는데 언짢았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유년기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감정을 실어서 당하는 잔소리만 겪어 봤고 나에게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내가 그렇게 자라왔으니 나도 감정을 실어서 말하는 편이었다.
남편의 비판은 딱 저 한마디였으며 싱겁다해서 소금을 추가했고 끝까지 다 먹긴 했다.
남편은 항상 부부싸움이라기보단 일방적으로 내가 짜증을 내는 상황이었는데, 그럴 때 같이 싸우기보다는 덤덤하게 있는 그대로를 말해줬다. 특별히 내 화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강산성'라면 남편은 '강염기'처럼 중화가 되어 버렸다.
이 대화법이 같이 살면서 계속 이어져 오다 보니 남편이 일방적으로 내 짜증을 듣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 난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화가 많은 동물이구나. 남편이 참 힘들었겠다.
특별히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남편이 내게 물이? 들었는지 짜증을 가끔 내는데, 원래 같았으면 같이 맞붙어야 맞다. 근데 짜증을 들어주다가 내 씰룩 거리는 입을 닫고 몇 분 정도 참았다. 놀랍게도 10분 정도 지나니 화가 살짝 누그러드는 게 아니겠는가?
"자기야, 좀 변했다?"
"오빠도 느껴졌지? 나 완전히 변했지?"
남편에게서 들려온 한마디. 순간 나도 빵 터져서 한참을 둘이 웃었다. 내 짜증을 다 받아줬었으니 이젠 나도 좀 받아줘야겠다.
요즘은 요리를 하거나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항상 남편에게 물어봤고, 물어보지 않고 한 행동에는 대가가 뒤따랐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남편도 단돈 만 원짜리를 사도 내게 물었고 나는 99% 승낙했다.
언짢아하는 1%는 요즘 양주 모으기에 빠져서 주기적으로 사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렇지만 남편은 담배를 안 하고 지인 만나는 것을 즐기진 않는다. 못 이기는 척 허락은 하지만 양주를 먹을 땐 조건이 있다. 밤 8시 전에 마무리할 것. 그리고 혼자 먹지 말 것. 친정아빠가 혼자 먹는 버릇을 들여 사람이 있든 없든 마셔댔고 새벽이 넘어서까지 먹어서 가족을 괴롭혔던 기억 때문에 솔직히 좀 무섭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규칙이 있었고 서로 의논해서 풀어간다. 흔히 말하는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 안 할 거야! 하는 말에 정확히 맞는 남편이었다.
성실하며 욕심이 없고, 잔소리를 안 하며 부인이 말한 말을 귀담아듣는다. 친척들과의 사이도 좋으며 무엇보다 말을 많이 안 해서 좋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 엄마도 사위를 나보다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