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린아 09화

에필로그 (1)

by 최글른

브리는 학교에 가는 길이면 매일같이 인사하는 나무와 꽃이 있다. 그 안에 조용히 자라고 있을 고요한 영혼들이 잎을 살랑이며 답해줄 때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언젠가는 그들이 마음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며, 오늘도 브리는 인사를 건넨다.


네버랜드를 떠나는 날을 생각하며 비행 연습을 하고, 곧 만나게 될 어린 왕자와 여우를 떠올리며 다정한 말들을 준비한다. 산타에게 받을 선물을 당당히 받기 위해, 착한 일도 열심히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개구진 아이가 브리에 대해 말했다.


“브리는 바보야. 아직도 산타랑 요정을 믿는다지? 그건 어른들의 거짓말일 뿐인데.”


그 말은 마치 준비되지 않은 이별 통보처럼, 브리의 마음을 뚝 끊어냈다.


“아버지도 그랬나요?”


브리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끝까지 브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셨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커다란 엄지로 조심스레 쓸어내리며, 말씀하셨다.


“브리야, 네 슬픔을 지금껏 몰라봐서 미안하구나. 아빠도 그런 때가 있었단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아. 이별은 언제나 슬픈 일이야.”


“아빠는 뭐가 제일 슬펐어요?”


“넌 옛날에 그랬었지. ‘달이 저를 따라다녀요!’라고.”


“맞아요. 그런데 학교에서 배웠어요. 달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움직여도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요.”


브리는 코를 훌쩍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래. 아빠도 똑같았단다. 달이 나를 지켜보는 친구인 줄 알고, 종종 말을 걸기도 했지. 저 하늘에게 광명하게 빛나는 그게 나를 따라다니니 얼마나 특별해진 기분이던지. 그렇게 느꼈던 달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친구도, 특별함도 다 잃은 기분이었지. 그날 아빤, 베갯잇이 흠뻑 젖을 만큼 울었단다.”


브리는 그 좌절스러운 이야기를 호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버지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브리야, 이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 배움이 있고, 또 다른 만남이 있어. 아빠는 그걸 알게 되고 나서, 달을 더 알고 싶어졌어. 밤하늘도, 우주도. 그렇게 아빠는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말에, 브리의 슬픔은 조금 가라앉았다.


“우주는 정말 드넓단다. 눈부실 정도로 많은 별들과 행성들이 있지. 그 안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아주 작고 짧아. 그런 찰나에, 사람 둘이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으로 네가 태어났다는 건, 정말로 엄청난 일이야. 아름다운 기적이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겨울 난로처럼 따뜻했고, 그 눈빛은 겨울 창에 서린 습기처럼 촉촉했다.


“앞으로 네 앞엔 많은 이별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금보다 더 아프고, 더 슬플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안엔 반드시 새로운 배움이 있어. 그 안에서 또 다른 소중함을 발견하게 될 거야.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어. 넌 잘 해낼 수 있어, 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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