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당신도 여자였네요

콘서트 티켓 한 장의 위로

by 기록하는여자

2024년, 2월.
이른 봄이 오기 전, 우리 가족의 계절은 멈춰버렸다.
두 주 간격으로 사랑하는 친할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한 사람을 잃는 일도 벅찬데,
두 사람의 빈자리를 마주한 시간은
텅 빈 집처럼 적막했다.

몇 달이 흘러 여름이 시작되던 6월,
나는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마음도 덜컥,
비어 있었겠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엄마를 위한 콘서트를 예매했다.

<미스터 트롯 2 진선미 콘서트>.
엄마가 좋아하시던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안성훈이라는 가수를 특히 아끼셨다.

공연 날짜와 좌석을 꼼꼼히 고르고,
함께 가실 엄마의 친구분 자리까지 예매를 마쳤다.

"너무 비싼 거 아니니?"
엄마는 기쁨보다 걱정을 먼저 꺼내셨다.
딸이 괜히 돈 썼을까, 하는 그 마음.
그것마저 엄마다웠다.

하지만,
다녀오신 후의 얼굴은 달랐다.

수줍게, 또 생기 있게
그날 무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모습은
마치 마음 한가득 꽃이 핀 사람 같았다.

그날 이후,
엄마의 팬 활동이 시작되었다.

어느 오후, 전화를 드렸더니
불후의 명곡 방청 신청을 시도했지만
회원가입부터 잘되지 않아 속상하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는 조심스레 말하셨지만,
그건 곧 나에게 전해지는 부탁이었다.

'정말 가보고 싶으셨구나...'
그 마음이 느껴져서,
바로 KBS 회원가입을 하고
작가님들께 간절한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방청 신청서를 정성껏 써 내려갔다.

다시 전화를 드려
신청을 마쳤다고 말씀드리자,
엄마는 마치 소녀처럼
"정말? 진짜 했어?"
기뻐하며 웃으셨다.

그 웃음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별거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엄마에게는 작은 설렘이 되어주었구나.
그리고 나는,
그 작은 설렘을 선물할 수 있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문득 돌아보면
나는 늘 엄마를 '엄마'로만 보았다.

엄마는 항상 그래야 한다고,
엄마는 언제나 참고 견뎌야 한다고
당연하게 여겨왔다.

내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서운함부터 앞섰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야 느낀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자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자에게도
누군가를 응원하고,
기대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를 기다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다음 생에도
엄마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엄마의 인생을 먼저 살아보시길.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사랑받고,
마음껏 설레고,
당신 자신을 위해
마음껏 웃으시기를.

나는 그렇게,
엄마의 두 번째 생을 응원하고 싶다.

keyword
이전 03화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