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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않아도》

《 내 삶을 뒤흔든 찰라의 기적들 》 – 2화

by 수미소

아무도 보지 않아도 일찍 일어난 사람은

뮐 하고 있을까?


회사에 도착하면 나는 항상 먼저 계단을 오른다.
엘리베이터 대신, 다섯 층을 올라가는 그 길이 나에겐 하루의 워밍업이다.


가만히 보면,
일찍 도착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햇살이 창틈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복도.
그리고 미화 여사님과의 짧은 인사.

“또 오르세요? 부지런하시네.”
“네, 운동 삼아… 겸사겸사요.”

처음엔 그냥 오르기만 했다.
그러다 계단 난간에 묻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고,
그걸 닦는 여사님의 손이 문득 내 어머니의 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밀대를 들었다.

운동 겸이다, 운동 겸.
나 스스로도 그렇게 말했다.

복도 끝 외곽 담배꽁초를 줍고,
화단에 삐죽 올라온 풀을 뽑고 나면
희한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누군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칭찬받으려 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순간엔 그게 ‘내 자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안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사람, 진짜 부지런해.’
‘미화 여사님도 도와주더라.’
‘성실하고 인간적인 분이래.’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저 ‘운동 겸’이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성실함’으로 읽었다.

고맙고도… 조금 민망한 일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하는 일들이 가장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해주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여전히 오늘도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닦고,
화단 앞에서 잠시 멈춘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아는 걸로도 충분하다.

**마무리글**
우리는 자주
‘누가 알아봐 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그 마음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한 번쯤은 이런 질문도 던져봅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이 '예'라면,
그건 이미 내가 사랑하는 일이고,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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