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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빛났다가 사라진 사나이

회의실에서 빛나면 사무실에서 지워지는 법이랄까

by 수미소

[초퇴사자 4화]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회의실에서 그는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기획안 주제가 익숙했고 상사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팀장도 괜찮은데라는 말을 했다

박수까지 나왔다 그는 간만에 뿌듯했다

하지만 회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직속 상사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날 이후 그 상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혼잣말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일 너무 많다 아휴 진짜

그 옆에만 있어도 공기가 싸해졌다 말 걸기 힘든 분위기 오히려 무서운 침묵

그러더니 갑자기 지시도 없이 이상한 일들을 시키기 시작했다

이 자료 전산으로 다 옮겨놔 창고 재고도 좀 확인해봐

이건 제 담당이 아닌데요 그럼 못 하겠으면 나가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나가야죠

그날 그는 그 이상한 일을 이상하게 처리한 뒤 가방을 챙겨 유유히 사무실을 나섰다

그 이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며칠 뒤 소문만 돌았다

그 상사는 시장 모퉁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

진짠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회의실에서 빛나면 사무실에서 지워지는 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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