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상사의 지식 자랑에 침묵한 사람

“질문은 사치가 아니라, 권리다.”

by 수미소

[초퇴사자 11화]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초퇴사자 11화] 그 상사의 지식 자랑에 침묵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신입이었다. 입사 초, 업무 중 헷갈리는 부분이 생겨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건 어떤 순서로 처리하면 좋을까요?"

상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역사, 예전 프로젝트 이야기, 관련 없는 타 부서 시스템까지. 정작 질문의 핵심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묻고, 상사는 자랑했다.

회의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팀장의 말이 틀려도 아무도 정정하지 않았다. 다들 박수와 감탄만 날릴 뿐. 이유는 간단했다. "괜히 찍히면 피곤해져"라는 게 모두의 공통된 분위기였다.

그는 어느 날 실수로 상사의 발언을 정정했다. 그 순간부터 차가운 공기가 그를 덮쳤다. 의견은 묵살되고, 일은 몰아졌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았다. 그는 찍혔다.

10일째 되던 날, 그는 사직서를 남기고 떠났다. 그의 자리엔 사용하던 펜 하나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여기선 질문도, 대답도 사치입니다."

그리고 복사기 아래엔 구겨진 업무 매뉴얼 한 장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의 자리에 남겨진 포스트잇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질문은 사치가 아니라, 권리다.”
그리고 그 이후, 회의실엔 묵음 대신 목소리가 살아났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이 시리즈가 공감되셨다면 댓글 or 좋아요 공유는 큰 힘이 됩니다


다음화 보러가기 ➡

keyword
이전 10화말 한마디 없는 상사와 사라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