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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408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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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희 Oct 17. 2024

의미부여

나는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범한 것도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특별한 것이 되니깐. 그런 나에게 정말로 특별한 의미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처음. 나는 무엇이든 나에게 처음이 되는 것은 너무 너무 소중해서 엄청난 의미부여를 해버린다.


나는 오랜 시간 사회에서 친구를 만든 적이 없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벽을 쌓아두고 있기도 했고 생각보다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의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동네친구가 생겼다. 당연히 이 관계의 시작점에 내 적극성은 없었지만 사회에서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먼저 다가와준 친구에게 감사해 점점 더 적극적으로 이 관계를 이어나갔다. 특히 이 시기는 내가 사람들로 인해 멘탈이 털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을 때여서 내 인생에 new를 붙일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 더욱 소중했다.


그전까지 나는 누군가를 일주일에 4번 이상 만나는 관계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나는 매일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CC 제외) 그런데 거의 매일 만나는 동네친구라니?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거다. 이 친구는 총 두 명이었고 이들 덕분에 나는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 둘 털어낼 수 있었다.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무엇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다는 마음은 사람을 완전히 180도 바꿔놓았다. 나는 점점 더 진취적이고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바뀌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쌈닭이 된 것도 이 친구들이 내가 뭘 하든 다 맞다고, 다 잘했다고 우쭈쭈 해줘서다. 말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했던지.


매일매일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스무 살보다 더 어리고 재밌게 놀았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들도 많이 했다. 내가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벽을 아무렇지 않게 허물어 버린 이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진심을 다해 이 둘은 평생 잘해줄 거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이 친구들 편 해줘야겠다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인생은 절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함께 깊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이슈들이 발생했고 그 지점들에서 생긴 작은 균열은 점점 우리 사이의 관계를 얕아지게 만들었다. 처음의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두 친구 중 한 명은 결국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었지만 감사하게도 A는 내 곁에 남아줬다.


A는 내 첫 번째 동네친구이고 나랑 결이 잘 맞다. 그리고 예쁘다. 나는 뭐든지 예쁜 걸 좋아하는데 얘는 같은 여자가 봐도 예뻐서, (남자 좋아합니다) 근데 또 나랑은 결이 다른 예쁨을 가지고 있어 닮을 수도 없기에 질투도 안 난다.


나는 A를 굉장히 좋아하고 뭘 해줘도 아깝지가 않다. 늘 이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고 나랑 평생 놀아주기를 바란다. 그만큼 나에게 처음이라는 사실은 내가 무언가를 대할 때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고 나에게 처음을 준 소중한 사람들을 나는 늘 기억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가 되었든 내가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니깐 결론은? 다들 빨리 나의 처음이 되세요. 잘해드립니다.


일출 9시간 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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