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문하는 것도 좋아하고 질문받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모든 질문이 좋은 건 아니다. 진부하고 식상한 질문은 대답하는 에너지조차 쓰고 싶지 않다. 예를 들면 초면에 몇 살이세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제일 식상하고 재미없는 질문 두 가지.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다.
그런데 나를 향한 질문이 내 호기심을 자극할 땐 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내 지인 중 나에게 질문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새롭다. 왜냐면 늘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나를 궁금해 해준다. 예를 들면 “언니, 언니는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야?”
갑자기 나의 취향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나는 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 질문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그에 맞는 답을 하며 한번 더 나를 알아간다.
이 친구는 나를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알아가게 만들어줘서 너무 재밌다. 만나면 늘 나에게 무슨 질문을 던질지가 궁금해지고 나도 어떤 질문을 할까 고민하게 된다. 저 질문은 그 친구를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 들었던 질문인데 대답을 하면서 신나 했던 내 모습이 그려져 기분이 좋아진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나는 거실에 하얀 테이블이 있는 자리를 제일 좋아한다. 뒤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고 의자에는 푹신한 방석이 깔려있다. 왼쪽 옆엔 온갖 내 물건이 있는 보물상자 같은 책장이 있어 여기서 엽서도, 펜도, 영양제도 챙긴다. 하얀 테이블의 이 자리는 새벽 나의 시간을 채워주는 공간, 나만의 쉼터다.지금도 임윤찬이 연주하는 녹턴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새벽 6시 2분. 나의 기분은 행복함이다.
나에게 신선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신선함과 무례함의 구분은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일출 30분 전.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