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파란색이 담고 있는 이중적인 의미에
몸을 의지한 체 걸어간다.
붓 사이사이에 남아있는 미량의 다른 색에도
쉽게 탁해지는 그 색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다,
조금 어두운 파란색도 나쁘지 않구나.
회색이 섞인 파란색도 파란색 계열일 테니까
라며 합리화를 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파란색의 범주는 벗어나지 않았구나
라며 자기 위안을 삼고 있다.
매일 맑은 날 보다는
때때로 흐린 날도 나쁘지 않아 같은 생각처럼
너무 맑고 눈부시면
주변 다른 색이 눈에 들어오지 않잖아
같은 생각처럼
합리화는 또 다른 합리화를 거쳐가며
다행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이제 파란색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누군가 파란색이 왜 좋아?
라고 물었을 때 답했던
‘그냥 파란색이 제일 예쁘고 좋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함께 걷는 시간 동안 탁해지고 변해버린
나만의 파란색을 바라보며
그래도 여전히 파란색이라 다행이라고,
여전히 파란색이어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