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ri Sep 08. 2024

부모의 역할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는 자신의 생각을 자녀에게 강요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부모와 자식의 사이는 멀어집니다.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두렵다고 자식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냐?”라고 묻으신다면 "자식이 가고자 하는 길이 불구덩이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신하실 수 있느냐?"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세상을 판단합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대에 진학했습니다.(1985년 기준 입결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 물리학과입니다.) 하지만 계속 성장만 할 것 같았던 대한민국은 경제위기를 겪었고 일자리를 잃고 파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고수입을 얻는 의사를 보며 사람들은 ‘역시 자격증이 깡패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너도나도 자신의 아이를 의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입결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는 말에 너도나도 '지금이 기회다'하는 생각에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재수학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의사가 고소득군에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흔싸귀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진다는 말입니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기 전만 해도 인문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법대였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등장하고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나 연봉 등이 예전 같지 않아 졌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지식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살 미래는 내가 예측한 것보다 더 먼 미래입니다. 지금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도 최고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사회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변했고 그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부모가 매번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 줄 수는 없습니다.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되는 것처럼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반드시 나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타인의 답을 내 답인양 말하며 순간을 모면해도 언젠가는 같은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저는 진로문제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별 생각이 없습니다. 대부분 교사, 의사, 변호사, 건물주라는 직업만 말할 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막상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가지게 되어도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합니다.


  "장모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인이 됐음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결혼한 후에도 배우자가 아닌 부모의 결정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언제까지 부모가 아이의 결정을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어릴 때 잘못 결정한 것은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정상 참작을 해줍니다. 하지만 나이 먹고 한 잘못된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해본 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합니다. 누구나 실패 없이 한 번에 잘하기를 원하지는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똑똑한 의사들도 성공한 수술보다는 실패한 수술에서 많은 교훈을 배웁니다. 사업도 처음 해본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두 번, 세 번째 하는 사업은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부모는 선택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많은 선택을 대신해주지만 아이가 클수록 결정 권한을 부모에게서 아이로 넘겨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는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이렇게 하니까 되는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학습방법은 실습니다. 실습으로 이어지지 않은 지식은 금방 잊히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는 “너는 음악을 할 팔자다. 사주가 그래”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사가 최고다”. “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해”라는 말씀을 덧붙이시곤 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었는지 저는 음악교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막상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가졌는데도 저랑 맞지 않아 방황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대신 결정해 주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결승선에 빨리 도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때는 두배로 먼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 같아도 나중에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인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의 시선 자녀가 가고자 하는 길이 불안하고 오래 걸리는 길 같아도 자기 인생에 대한 결정권은 본인이 가져야 합니다. 본인이 한 선택이어야 원망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한 결정에 책임을 지는 건 억울하지 않지만 남이 한 결정에 책임을 지는 건 억울하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도 고비는 만나고 부모가 하라는 것을 해도 고비는 만납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고비를 만나면 잠깐 쉴 수는 있어도 완전히 주저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남이 하라고 하는 것은 고비를 만나면 해야 할 이유도, 의욕도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렇게 예쁘게 자랐을까?’하는 궁금증이 드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유심히 관찰해 보고, 상담을 해본 결과 평소 집에서 부모님과 토론을 즐겨한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사회적으로 꽤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이를 어찌하지 못해 모든 책임을 학교로 돌리고, 그저 아이가 원하는 데로 다 들어주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말은 아이를 어리게만 보고 무시하지 말고 부모와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이지 아이를 떠받들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녀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주장하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회사에서 “라떼”를 말하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따르라고 주장하는 상사는 싫어하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들어보고 아닌 건 아니고, 맞는 것 맞다고 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면 됩니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사회생활을 배웁니다. 제가 중학교 담임을 맡고 있을 때인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헐레벌떡 경찰서로 달려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해 보니 아이들끼리 싸우고 화해를 하기 위해서 술을 나눠마셨고 고성방가로 인근 주민의 신고해서 겅찰이 아이들을 경찰서로 데려온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로 돌아온 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부모님들이 화해할 때 술을 마시길래 자기들도 따라 했다고 하더군요.


  종종 집에서 공주님, 왕자님으로 큰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우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친구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해서 SNS에 저격글을 올리거나 학교폭력으로 신고합니다. 아이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면 지금 당장은 부모가 편할 수 있지만 아이는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부모가 대신 결정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은 부모가 편할 수 있지만 아이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데에는 큰 악역향을 끼칩니다.


  원래 옆에서 치켜보는 것이 더 힘든 법입니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 인생을 사는 당사자가 아닌 타인입니다. 나와 자녀는 성향도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다릅니다. “왜 이게 안되지?”, “이게 그렇게 어려워?”라고 말할게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말처럼 그게 쉬웠다면 아이는 이미 그 일을 했을 것입니다. 어리다고 무시할게 아니라 자녀와 성인 대 성인으로써 이야기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이전 02화 교육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