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논술형 답안지, 어디서부터 틀렸을까?"

by yuri
요즘 논술형 답안지를 보며 느끼는 것

요즘 학생들의 논술형 답안지를 채점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구나.”

글은 기본적으로 생각의 흐름을 구조화해서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논술은 특히 기-승-전-결처럼 시작과 끝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의 글은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흘리듯이 적습니다. 글을 쓴 본인조차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고, 읽는 사람 역시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할지 당황하게 됩니다.


수업과 준비를 해도 오개념이 생기는 이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갑자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 전에 질문지를 미리 공개하고, 관련 수업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답안에는 자기 생각이 아닌 교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흔적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 ‘복사된’ 생각들이 종종 오개념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해하지 않고 외운 문장의 경우 읽을 때 의미적으로 어색하거나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시간에 일부 정답을 보여주고 “이 다음을 이어서 써보세요”라고 했더니, 몇몇 학생은 그 정답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려다 조사 하나를 잘못 써서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어떤 친구는 잘못된 필기를 그대로 베끼다가 오답을 적기도 하더군요.

학생들에게는 왜 이런 답이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이게 답이라고 했으니까 그대로 외우고 쓸 뿐입니다.


논리적 글쓰기의 부재와 질문의 본질

채점 과정에서 논리 구조가 부족해 감점을 하면, 학생은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뭐예요?”

하지만 논술형 문항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닙니다. 이유와 과정, 즉 사고의 흐름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식을 좋아합니다:

“이런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는 이러하고, 그래서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학생들은 문제점 분석 없이 결론만 쓰거나 서로 충돌하는 근거들을 나열한 뒤 정합성 없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합니다. 결국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전달력도 무너지는 것이죠.


글을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태도

학생들은 글을 쓸 때 ‘내가 알고 있으니 독자도 알겠지’라는 전제 하에 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독자는 학생과 사고의 배경도, 이해의 속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초등학생이 읽었을 때도 이해가 될까?"를 기준으로 논리의 흐름과 문장의 명확성을 점검하라고 합니다.

더불어, 겉보기에 잘 쓴 글이라도 내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려한 표현, 화려한 단어가 논리나 개념의 빈틈을 가려주는 건 아닙니다.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글의 골격은 무너집니다.


말은 유창하지만 생각은 얕은 학생들

면접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합니다. 학생들은 말하기 능력은 좋습니다. 언뜻 보면 논리적인 표현도 잘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대부분이 근거 없는 개인 추측입니다. 이른바 ‘뇌피셜’이죠.

근거들은 얽히고설켜 있어서 핵심이 흐려지고, 논리적 빌드업이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곧 생각을 잘한다는 건 아닙니다. 생각은 정리되고 기반이 있어야 하고, 표현은 그것을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태도와 전략

학생들이 논술형 문항을 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왜 이렇게 출제되었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출제자는 단순한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글을 많이 써보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며 “출제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물론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채점자가 공감하고 점수를 줄 수 있는 흐름은 분명 존재합니다.


마무리 조언: 생각은 논리로, 글은 구조로

논술형 문항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지식의 나열보다, 문제에 대한 고민과 사고의 흐름을 드러내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학생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제시하며 정리된 구조로 글을 써보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독서, 다양한 소재의 토론, 자기 생각을 글이나 말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꾸준히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은 결국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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