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생활기록부도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훨씬 다채로운 모습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선택이 늘어난 만큼, “무엇을 들어야 할까?”라는 고민도 더 깊어졌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혼재된 구조 안에서 등급을 병기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좋아하는 과목만 골라 듣기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보통교과의 경우 수강 인원이 30명인 과목이라면 1등급은 3명까지 나올 수 있지만, 10명이라면 단 1명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 명이 100점을 받을 경우 둘 다 2등급이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게다가 주요 대학은 상대평가 과목인 보통 교과를 많이 듣는 것을 권장하고 물리, 화학 같은 특정 과목을 ‘권장 이수 과목’으로 지정해, 이를 이수하면 가산점을 주거나 미이수 시 감점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지 못하고 ‘들어야만 하는 과목’에 몰리게 되기도 합니다.
성적? 흥미? 그 사이에서의 균형
문과의 경우엔 비교적 자유롭게 과목 선택이 가능하지만, 이과의 경우 특히 공대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은 물리 과목 이수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그런데 물리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학생부 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친구들은 이를 감수하고 물리를 듣지만, 교과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성적 유지를 위해 물리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건, 내가 희망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기본 과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설령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더라도 고등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고 학업에서 낙오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요즘 대학은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늘리는 추세라 특정 과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지식이 담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방학을 이용하여 수강할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 과목을 이미 수강한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핸디캡이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들어야 할 과목이라면, 지금 듣는 게 맞다"
저는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 음악교육과로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전공과목을 미리 배웠기 때문에 대학 수업을 훨씬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고, 이미 여러 번 반복 학습한 내용이라 학점도 잘 나왔습니다.
25명이 듣는 과목이었고 그 당시는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1등급을 받는 것은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어차피 들어야 할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니 확실히 대학 때 편하더군요.
내 목표가 좋은 대학 진학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살아남는 것이라면, 지금은 다소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들어야 할 과목을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선택보다 중요한 건 노력의 깊이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는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듣고 싶은 과목과 성적이 잘 나올 과목—둘 모두에 리스크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합니다. A와 B 중에 점수를 매겼을 때 60 vs 40으로 A가 우세하다면 우리는 A를 선택할 것입니다. 고민하는 이유는 A와 B가 49 vs 51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2 정도의 점수차이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사실 재능이 관여하는 곳은 0.1%의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한다면 교대나 사대를 가면 되겠죠. 그리고 임용고시를 통과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남들 1시간 걸려 할 것 나는 3시간 걸려서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나는 연봉 1억 이상 버는 스타 강사라 될 거야"라는 목표를 잡았다면 이건 운과 재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과목을 선택하고 대학을 선택하는 건 재능의 영역이 아닌 노력의 영역입니다. 그러니 완벽한 선택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더 끌리는 쪽으로 과감히 선택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중 한 명이 저에게 “선생님, 저는 왜 공부를 못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은 머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남들이 단어 50개를 1시간에 외운다면 난 3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 만일 더 빨리 외우면 그건 나에게 덤으로 생긴 시간이니까 그 시간에 만화를 본다던지 드라마를 보는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건 노력입니다. 재능보다도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진심을 담아 임했는가입니다.
대학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의 일부
요즘은 의대에 합격하고도 1학년때부터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입시라는 치열한 과정을 거치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탓입니다.
대학 입학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성적이 잘 나올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만,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필요한 과목을 택하는 것이 훨씬 더 본질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조금 더 끌리는 쪽으로 시작해 보세요.
작은 차이는 노력으로 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