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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25. 2024

비언어적 표현

  대학교 합창 시간에 교수님께서 강조한 말이 “사람과 대화할 때는 항상 눈을 바라보면서 해야해”였습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외국과 달리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뻐도 울고, 슬퍼도 웁니다. 표정이나 언어 하나만 가지고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표정과 언어가 함께해야만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대화를 할 때는 TV를 등지고 앉고, 핸드폰 화면은 엎어둬야 해”입니다. 사람은 화면이 보이면 은연중에 시선이 화면으로 향하게 되는데 상대방은 내 시선 변화를 보고 '내 말이 재미가 없나?'하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은 ‘난 당신에게 관심있어요’라는 비언어적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대화할 때 비언어적 표현보다 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고 착각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면 소통 보다는 SNS 등을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익숙하고 편합니다. 그래서인지 전화를 통해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전화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7%가 말의 내용(언어적 요소), 38%가 말투와 억양 등과 같은 말하는 방식(음성적 요소), 55%가 얼굴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투를 사용하며, 어떤 표정을 짖는지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은채 오로지 어떤 말을 할지에만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닌 태도입니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느냐입니다. 라포가 잘 형성된 관계에서는 “너 바보냐?”와 같은 말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진 상태에서는 ‘싸우자’로 해석됩니다.


  여학생들 간의 다툼을 가만히 살펴보면 평소에는 친하니까 살짝 기분 나빠도 웃어 넘겼던 말들이 관계가 틀어진 다음에는 학교폭력 증거 자료로 사용됩니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내 말을 들었을때 친구가 보인 반응이 역시 중요합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농담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싸우자"는 말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눈을 보지 않은채 시선이 화면으로만 가 있고, 엄마와 아빠는 이런 자녀들이 답답해 “○○야 대답 안해?”라고 말하며 아이를 다그칩니다. 그러면 아이는 마지못해 건성으로 "네"라고 대답하죠.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한 대답은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가 아닙니다. 선택권이 없는 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사람은 이성적인 것 같지만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감정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과 같은 감각기관의 영향을 받죠.

 윌리엄스와 바르제(Williams & Bargh, 2008)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한가지 연구를 합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는 따뜻한 음료가 담긴 컵을, 다른 그룹에게는 차가운 음료가 담긴 컵을 손에 들고 있게 한 후 다른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실험 결과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타인을 더 따뜻하고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차가운 음료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냉정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걸 조금 응용하면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함께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배고프고 예민한 상태에서 한 말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포만감을 느끼면 사람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집에서 대화하느냐 카페에서 대화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저는 학생들과 진지한 상담을 할 때는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편입니다. 가끔은 쇼팽 발라드와 같은 잔잔한 느낌의 클래식을 틀기도 하고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신규 때는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고 제 말 한마디, 한마디에 태클을 거는 아이들을 매우 괘씸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저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저한테 그 말을 했을 때 주위 친구들이 보이는 반응이 좋아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짓굿은 장난을 하는 아이의 말에 일일이 반응하기 보다는 “○○이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가볍게 넘기거나 제가 먼저 그런 아이들이 할만한 질문을 던지는 편입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습니다. 끓는 냄비처럼 순간 화를 막 내다가도 금방 식어 사과하기도 합니다. 홧김에 내뱉은 아이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그 말을 한 아이의 행동과 억양 등을 유심히 관찰해 주세요. 그럼 아이가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속마음이 보일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과격한 행동을 하고 심한 말을 하지만 말 끝이 떨립니다. 이는 상대방을 상처입히기 위해 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이 통제가 되지 않아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내용보다 아이가 온몸으로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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