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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24. 2024

I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는 베토벤 가곡 중 하나로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시작부분에 장하는 곡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웹툰과 웹소설 속 주인공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한 후 미리 보기 한 기억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거나,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생 또는 직장인이 결말을 알고 있는 소설 속 인물 중 하나로 빙의한 후 현실 스킬을 이용해 어려움을 헤쳐 나갑니다.


  예전 드라마나 만화의 주인공들은 출생의 비밀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으면서 태생부터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루토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호카게고 태어날 때부터 세계 최강의 미수인 구미호를 몸에 봉인하고 있어 누구보다 출신성분이 좋고 강합니다. 드래곤볼의 손오공도 지구에서 살고 있지만 배지터 성의 전투 민족으로서 지구인과는 다른 사기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설정이 평범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들은 대단하지 않은 나도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내 존재 자체의 의미를 찾기 어려우니 회귀나 빙의를 통해서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으려고 하는거죠.


  저희 엄마는 평소에 “니 인생 가 사는 거지, 잘돼도 니 인생이고, 못돼도 니 인생이야”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말씀은 “니 인생 니가 살아라”라고 하셔도 혹시 ‘딸이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지…’는 걱정 달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


  김창옥 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신은 인간이 신에게 무언가를 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신은 어디에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 아이를 위한답시고 “네가 뭐하면 뭐해줄게”라는 조건부 사랑을 말합니다. 조건부 사랑을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에게 증명하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학생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선생님 저는 쓸모없는 인간인가 봐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입니다.

 임용고시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동안 내가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 같아 두려웠고, 교직에 들어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갔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도 주위 환경에서 충분히 많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가 불안하다고 아이에게 그 불안을 내비치는 순간 아이는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게 됩니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점수지만 누구는 지역 선택을 잘해서 전국 최저 점수로 문 닫고 합격하는데, 누구는 눈앞에서 잘려 불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내가 공부한 곳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하고, 벼락치기 공부를 했지만 내가 공부한 곳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어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합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모든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험 운이 따라줘야 합격할 수 있고 때론 노력보다 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늦느냐 빠르냐의 차이만 있지 누구에게나 운은 한 번씩 찾아옵니다. 그 운을 잡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운이 나에게 다가올 때까지 그 일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특히 운이 없다고 생각하면 도전 횟수를 늘리면 됩니다. 남들이 한번 할 것, 두 번 하면 운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동전을 한번 던지면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오기 때문에 확률이 100:0이지만 여러번 던지면 큰 수의 법칙에 따라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50:50이 됩니다.

 부모 역할은 아이에게 운이 올 때까지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보이는 사랑은 신이 인간에게 보이는 사랑과 가장 유사하다고 합니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강아지는 반갑다고 "왈왈"거리며 나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부모는 신이 모든 인간과 함께 있을 수 없기에 보내 준 신의 대리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녀에게 보여줘야 되는 사랑 역시 이런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 잘 보고 못 보고는 공부로 성공할게 아니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모두 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부 말고도 다른 것으로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회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면 간혹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때론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대답들도 보입니다.

 

  부모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는 본인의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단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평범하게만 살자. 남들 다 하는 것 너는 왜 못하니?”라고 말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왜 평범하게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면서 정작 저는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고, 이 나이에는 뭘 이뤄야 한다는 나이 공식에 얽매인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나를 대체할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 다하는 경험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아이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가 아이에게 조건부 사랑을 보이면 아이는 세상을 조건부로 바라보게 됩니다. 성공 가능성을 계산하고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쉽게 포기합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하거나,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며칠 전 아이가 저에게 "엄마는 왜 내가 좋아?"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 주세요. "공부를 잘하니까 좋아", "밥을 잘 먹으니까 좋아"처럼 조건부 사랑이 아니라 "엄마 딸이니까 좋아"와 같이 아이의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을 말해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은 채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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