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비선실세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저는 내시(내관)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이기를 포기하면 많은 부와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내시는 보통 사람들보다 5배 이상의 봉급을 받고 정년이 없었지만, 퇴직 시에는 푸짐한 퇴직금이 주어져 일부 가난하지만 자식이 많은 집은 자식 중 한 명에게 내시가 되라고 강요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남자이기를 포기하면 막대한 부와 인기가 따라오는 직업이 있었는데 그 직업이 바로 카스트라토입니다.
낭만시대 이전, 특히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성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잠깐 하면 이브는 사탄을 상징하는 뱀에게 선악과를 받아 아담에게 넘겨줍니다. 남자를 타락시킨 게 여자라는 거죠….
연극이나 오페라 같은 공연 예술에서는 특히 여자가 무대에 오르는 게 금지됐는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인지라 극 중 여성 역할을 맡을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남자에게 여자 역할을 맡기게 되죠.
카스트라토는 '거세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 'castrare'에서 유래했습니다. 변성기 이전의 남자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음역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2차 성징이 오면서 성대 구조에 차이가 생기고 그로 인해 성인 남자들은 목소리가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최초의 카스트라토는 14~15세기의 스페인에서 발견되는데 시스티나 성당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남성의 육체에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자. 즉 신의 목소리에 가장 닮았다는 믿음으로 카스트라토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든 카스트라토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만 하게 되면 최고의 인기와 부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만 해마다 6000여 명의 소년이 거세당했다고 합니다. 음악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고전시대 대표 작곡가 하이든도 카스트라토가 될 뻔했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인 만류로 인해 카스트라토가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카스트라토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처음에는 여자 역할을 시키기 위해 카스트라토를 기용했지만 점차 남자 역할도 카스트라토가 맡게 되었습니다. 오페라의 성공 여부는 어떤 작곡가가 작곡을 했느냐 보다 어떤 카스트라토를 주연으로 데려오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및 시인 피에트로 파리니(Pietro Pariati)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18세기 초반의 카스트라토들은 오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연예인들이었고, 일부는 오페라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음악학자 페르난도 가르시아도 카스트라토들이 받는 출연료가 오페라 수익의 50% 이상에 달했던 예가 많다고 언급하며, 당시 오페라 제작비에서 가장 큰 지출이 카스트라토 출연료였고, 특히 가장 유명한 카스트라토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고 말합니다. 그 유명한 헨델도 카스트라토의 출연료로 인해 큰 재정적 압박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여자들이 무대에 나와 공연을 하고 거세에 대한 비윤리적이 문제가 제기되면서 카스트라토는 역사에서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20세기의 유명한 카스트라토이자 최후의 카스트라토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Alessandro Moreschi, 1858∼1922)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카스트라토가 없지만 카운터테너라고 해서 여자 음역대를 노래하는 남성이 있습니다. 카운터테너는 정상적으로 변성을 거친 남성이 가성만을 이용해 노래하는 것이 특징인데 팔세토(가성) 창법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