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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잉의 중요성: 리스트

by yuri

연주회 전날 밤이면 '혹시라도 악보를 잘못 외워서 공연 중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을 설치곤 합니다.


한 번은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러 공연장에 갔는데 누가 봐도 "나 작곡가야" 하시는 분께서 연주 내내 악보랑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비교하시며 듣으시더군요….


혹시 그거 아세요? 피아니스트들이 공연할 때마다 악보를 열심히 외워서 치는 이유가 다 리스트 때문이라는 것을요?




리스트의 아버지는 리스트에게 "너는 여자만 조심하면 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많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피아니스트들이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것은 예의 없고 건방진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는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길 좋아했고, 쇼맨십이 강한 연주자였습니다.


리스트 이전까지만 해도 연주자는 관객과 서로 마주 보는 상태로 연주를 했습니다.

낭만 이전의 경우 지휘자가 지휘를 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객은 피아노 연주자의 뒷모습만 보게 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스트는 옆선이 매우 잘생긴 연주자로 원래 방식 데로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하게 될 경우 그의 잘생긴 얼굴이 악보에 가려지기 때문에 그는 피아노를 90도 틀어 관객들에게 자신의 오른쪽 얼굴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꿉니다.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 장면

피아노를 옆으로 돌려서 칠 경우 피아니스트의 잘생긴 옆선을 감상할 수도 있는 것은 물론 연주자의 현란한 기교와 몸으로 보여주는 음악적 표현 등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인해 리스트 이후로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정면이 아닌 90도 틀어서 옆으로 배치하게 됐습니다.


리스트는 무대에서 극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곤 했는데 무대에 오른 후 악보를 객석으로 던져버린 그의 행동이 당시에 큰 화제가 되었고, 이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리스트를 따라 암보해서 연주다고 합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리스트


리스트는 리사이틀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연주자입니다. 리사이틀이란 독주회를 뜻하는 말로 리스트 이전의 피아노 연주자들의 경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는 파가니니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에 포함된 하나의 악기가 아닌, 피아노를 연주의 중심으로 만들고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를 보완하는 역할로 만들었습니다.


리스트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마을까지 광범위하게 연주여행을 다녔는데 소도시 공연의 경우 그곳에서는 듣기 어려운 당대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등을 피아노로 편곡해서 관객들에게 들려주기도 습니다.

프란츠 리스트

리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제자를 둔 것으로 유명한데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리스트는 독일 여행을 하다가 어느 작은 마을에 들렀는데 거리 담벼락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가만히 포스터를 들여다보니 한 여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포스터였습니다. 그 포스터에는 '피아노의 왕자, 프란츠 리스트의 제자'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리스트의 제자가 아니었는데 병든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독주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명의 피아니스트 독주회를 찾아줄 사람들이 없을 것을 걱정한 그녀는 고심 끝에 리스트의 제자를 사칭하기로 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마침 독주회 전날 리스트는 그 마을을 방문했고 거짓말이 들통날까 고민하던 그녀는 다음날 일찍 리스트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찾아갑니다.


"선생님, 마을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셨지요? 독주회를 할 사람이 바로 접니다. 어머니가 병이 드셔서 치료비가 필요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저 같은 무명 연주자의 공연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선생님의 이름을 팔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장 사람들에게 잘못을 빌고 독주회를 취소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에 리스트는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군요. 여기 와서 피아노를 한번 쳐 보시겠소?"라고 그녀에게 연주를 제안했고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그녀는 리스트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리스트는 연주를 들으며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씩 가르쳐주고 그녀가 연주가 끝마치자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당신을 가르쳤으니 이제 당신은 분명히 내 제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1:1 레슨뿐만 아닌 1: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수강한 학생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팔며 제자라고 주장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제자를 둔 음악가가 된 것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리스트는 생애 많은 여성들과 스캔들이 있었지만 가장 사랑했던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의 결혼에 실패하면서 성직자의 길을 걷습니다.

리스트 <사랑의 꿈>은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에게 쓴 그의 러브레터입니다.


요리는 눈으로 한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다고 합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청각만큼 중요한 것이 쇼잉입니다.


리스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제자들을 기르는데 진심인 사람이었고 무료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말년에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마스터클래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리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란츠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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