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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을 공략하라: 쇼팽

by yuri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어떤 작곡가를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top5안에 쇼팽이 무조건 들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가 쇼팽입니다.

혹시 그거 아시나요? 오늘날 가장 사랑받은 음악가 중 한 명인 쇼팽도 처음에는 대중들의 외면을 받던 음악가였단 사실을요….




베토벤이 문을 연 낭만시대는 공공음악회가 성행을 하던 시대였습니다. 공공음악회는 대규모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낭만시대는 파가니니, 리스트로 대표되는 비르투오조들이 활동하던 시대로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현란한 기교와 쇼맨십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쇼팽은 누구보다도 이를 극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쇼팽은 당대 최소의 아이돌이었던 리스트의 연주를 보고 지나치게 과장되고 감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단순함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쇼팽의 음악은 내면의 감정 표현을 중시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당시 대중들의 눈에는 쇼팽의 음악이 다소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쇼팽의 파리 데뷔 무대를 보면 대중들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슈만은 "모두 모자를 벗어라. 여기 천재가 등장했다"라고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쇼팽의 음악은 지나치게 섬세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격렬하거나 웅장한 연주 스타일을 선호하던 대중들에게는 기교적으로 부족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아마추어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젊은시절 쇼팽




쇼팽을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리스트였습니다.

리스트와 쇼팽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소유자입니다.


프레데리크 쇼팽은 섬세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음악가였습니다. 예민하고 신중한 그는 우울함과 향수를 담은 곡을 많이 작곡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도 매우 신중했습니다.


반면 프란츠 리스트는 극외향의 그야말로 핵인싸 그 자체였습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으며 수많은 여인들과 스캔들이 있었습니다. 리스트의 많은 여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의 아이를 낳아 준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은 "리스트는 가정적이지 않아. 집에 붙어 있지 않아"라는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살짝 TMI지만 리스트는 마리 다구 백작 부인과 9년 동안 동거를 했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편에 소개한 캐롤린은 마리 다구 백작 부인과 헤어진 후 만난 연인입니다.


리스트와 쇼팽은 여러모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지만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였다는 점, 오페라를 좋아다는 공통점 등으로 인해 급속도로 친해지게 됩니다. 나중에는 두 사람 다 유부녀를 사랑합니다.

리스트가 쇼팽에게 대해 쓴 편지를 보면 "그가 쓴 작품들은 투명하고 경이롭고 신묘하며 비할 바 없는 천제성을 지녔어요. 그는 천사와 요정에 가까운 사람이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쇼팽을 향한 리스트의 감정은 무한 존경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리스트는 쇼팽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노력을 합니다.

1832년 쇼팽의 파리 데뷔 연주회에 간 리스트는 쇼팽의 재능을 대번에 알아보고 쇼팽이 파리에 정작 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쇼팽의 음악회를 자주 열어줬고, 자신의 인맥을 통해 그를 음악계에 소개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연주회에서 쇼팽곡을 자주 연주하면서 대중에서 쇼팽을 알렸고 그가 죽은 후에는 최초의 쇼팽 전기를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쇼팽이 그렇게 사랑했던 조르주 상드를 쇼팽에게 소개한 사람 역시 리스트였습니다.


쇼팽과 그의 연인인 조르드 상드

리스트는 쇼팽으로부터 서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배우며 이를 자신의 음악에 반영했고 쇼팽은 리스트의 대담한 화음과 웅장한 음악양식에 감동해 이를 반영한 피아노 연습곡(에튀드)을 작곡해 리스트에게 헌정합니다.

쇼팽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주회에서 공연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와 함께 여러 번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반대 성격이 문제였을까요… 리스트는 쇼팽의 곡을 종종 자신의 화려한 스타일로 연주했는데, 쇼팽은 이를 두고 그가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때문에 리스트는 쇼팽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공개적으로 지지한데 반해 쇼팽은 리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리스트와 쇼팽은 음악적 차이, 개인적인 오해 등으로 인해 점점 멀어졌지만 리스트는 생애 마지막 리사이틀에서도 자신이 편곡한 쇼팽곡을 연주할 정도로 쇼팽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줍니다.




쇼팽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주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평생 공식적인 연주회를 30회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곡을 한 뒤에도 몇몇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에게만 먼저 감상해 보도록 권했습니다.

살롱과 같이 소규모의 연주회를 즐겼으며 화려한 사교계의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아 리스트에게 "나는 공개 콘서트는 열고 싶지 않네. 대중들이 나를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지. 그들의 호흡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연주보다는 창작에 더 큰 열정을 쏟아붓게 됩니다.


쇼팽은 처음에 주류에서 벗어난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리스트 등의 노력으로 점차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됩니다.


쇼팽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Prelude Op.28 No.15 "Raindrop")은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담아낸 아름답고 우울한 곡으로 루바토(연주자가 임의로 템포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는 것)와 페달 효과가 돋보이는 입니다.

이 곡은 그의 연인인 상디와 함께 있을 때 작곡한 곡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작곡한 곡으로 그의 연인인 상드가 말하길 "쇼팽은 빗소리를 좋아했다"고 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악보 중 일부


개인적으로 쇼팽의 곡은 비 오는 날이나 고독감을 즐기고 싶을 때 감상하면 좋은 곡으로 센치해지고 싶을 때 으면 참 좋습니다.

에 혼술하면서 센치해지고 싶다면 쇼팽 녹턴 2번(Nocturne Op.9 No.2) 추천드립니다. 녹턴이란 밤의 정경을 담은 곡으로 야상곡이라고도 합니다.


낭만주의를 영어로 romanticism이라고 합니다. 쇼팽의 음악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노래한 그야말로 낭만주의 그 자체인 음악니다.


쇼팽은 39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음악가입니다. 짧은 생을 산 만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쇼팽의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p.s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스미노 요루, 소미 미디어, 2017)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인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쇼팽과 리스트의 관계를 살짝 각색해서 이 둘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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