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천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미친 듯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유명한 음악가가 된 베를리오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베를리오즈는 원래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의사가 되기를 원했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19세에 파리로 가서 의학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글루크의 오페라에 매료된 그는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23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합니다.
베를리오즈의 대표곡이라고 하면 <환상교향곡>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환상교향곡>은 베를리오즈가 해리엇 스미드슨을 위해 쓴 곡으로 이 둘의 만남은 1824년 베를리오즈가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햄릿'의 오필리아로 출연한 해리엇 스미드슨을 모습을 보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베를리오즈의 나이는 24세로 그녀의 미모와 재능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베를리오즈는 심각한 상사병에 시달려 몽유병자처럼 거리를 헤매는가 하면 파리 교외의 숲속으로 잠적하곤 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혹시 자살을 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사방팔방으로 그를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상사병에 시달리던 그는 해리엇 스미드슨이 무대 위에서 상대역 남자와 포옹이라고 하려고 하면 비명을 질러대는 소동을 벌여 극장의 요주인물로 낙인찍혀 입구에서부터 출입 제재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식으로든 극장에 숨어 들어가 소란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왼쪽이 베를리오즈. 오른쪽이 해리엇 스미드슨
해리엇 스미드슨은 리즈 시절을 구가하던 매우 콧대 높은 배우로 가난뱅이 무명의 음악가인 베를리오즈에게는 관심이 1도 없었습니다.
베를리오즈의 숱한 구애의 편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며 그의 광적인 편지를 보고는 하인에도 다시는 그 같은 편지를 받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베를리오즈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많은 빚을 내 파리 음악원에서 연주회를 개최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에게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았고 베를리오즈라는 이름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몇몇 신문들에서는 베를리오즈의 공연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지만 정작 그토록 관심받고 싶었던 그녀에게는 단 티끌만한 관심도 받지 못한거죠.
셰익스피어는 사랑을 가리켜 "분별럭 없는 광기"라고 했습니다.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보인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웠습니다.
베를리오즈는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담아 곡을 쓰기로 결정합니다. 이 곡은 무명의 음악가였던 베를리오즈를 단번에 유명 음악가로 만드는 곡이 됩니다.
<환상교향곡>에는 어느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이 곡의 줄거리를 보시면 그녀를 향한 그의 집착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환상 교향곡>은 총 5악장 구성의 곡으로 1악장 꿈과 열정, 2악장 무도회, 3악장 들판에서,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 마녀의 밤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술가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이미지가 마음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게 됩니다(1악장). 그는 무도회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지만 그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불안감이 그를 괴롭힙니다(2악장). 들판에서 평온함을 찾고자 했던 그는 자연 속에서 고요함을 느끼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다시 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3악장). 결국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죽였다는 환상에 시달리고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면서 단두대로 끌려가는 악몽을 꿉니다(4악장). 눈을 떠보니 그는 마녀들의 집회와 어두운 축제가 열리는 가운데에 있었고 사랑했던 여인은 악마처럼 변해 그를 조롱했습니다. 마녀와 악마들의 광란 속에서 그는 결국 파멸을 맞이합니다.
<환상 교향곡>의 줄거리를 보고 있자면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에 섬뜩하게까지 느껴집니다.
1803년 베를리오즈는 이 곡으로 로마대상을 수상합니다.
교항곡은 보통 4악장 구성인데 이 곡은 독특하게 5악장 구성을 취하고 악곡 전체에 걸쳐 특정 인물을 나타내는 선율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 선율을 고정악상(또는 고정 심상)이라고 부릅니다. 예술가가 그녀를 봤을 때,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이 선율이 나타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나타내는 고정악상
영화 <조스>에는 상어가 나타날 것 같은 상황이면 뚜-둥, 뚜-둥(음으로는 미, 파)하는 음악이 깔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곡을 ○○ 테마곡이라고 부르는데 이 테마곡이라는 개념이 베를리오즈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832년 12월 9일 베를리오즈는 파리 음악원에서 <환상 교향곡>을 포함한 자작곡 연주회를 개최하고 그의 친구들은 갖은 책략을 동원하여 이 연주회에 해리엇 스미드슨을 참석시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해리엇 스미드슨은 당시 인기의 정절에서 비켜나 한참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미치광이인 줄 알았던 스토커가 유명한 작곡가가 되어서 돌아왔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던 자신을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올려놓아 준 것이죠.
그런 그를 보고 해리엇 스미드슨은 베를리오즈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베를리오즈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해리엇 스미드슨을 꼬시기 위한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녀가 속해있던 파리의 영국 극장이 흥행에 실패함으로서 문을 닫게 돼 수입이 끈긴 그녀는 막대한 빚더미에 나앉게 됩니다.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몰고 온다고 그녀가 타고 가던 마차가 사고가 나면서 발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베를리오즈는 그런 그녀를 위해 자신의 친구인 쇼팽, 리스트와 함께 자선 음악회를 개최하여 그녀의 빚을 대신 갚아줍니다.
이런 그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지 않은 그녀를 보면서 베를리오즈는 <환상교향곡>의 주인공처럼 그녀가 보는 앞에서 다량의 아편을 삼키면서 자살시도를 합니다.
몇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 아편을 토해내 목숨은 건졌지만 사흘이나 일어나지 못했고 그녀는 일단 사람이라도 살리고 보자는 동정심이었는지 그를 받아주며 1833년 10월 3일 리스트 입회하에 결혼식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