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되는 여자

감정의 거리두기

그날, 나는 울었다. 아무 말도 통하지 않는 벽 앞에서, 내 감정이 끝내 터져버린 날이었다. 남편이 차갑게 말했다. “어른이 돼서 감정 하나 조절 못 해?” 그 말은 내 안의 뭔가를 꽁꽁 얼려버렸다. 눈물도, 말도, 마음도— 그날 이후 나는 닫았다. ‘그래, 울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게 나는 감정 대신 이성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상담대학원 집단상담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던 중, 내 안의 얼음이 다시 금이 갔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멈출 수 없었다. 그때 한 남자 집단원이 말했다. 못마땅한 얼굴로, 낮고 단호하게. “우리 같은 나이에 감정 조절이 그렇게 안 되세요?”

그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남편 앞에서 울던 그날로. 같은 말, 같은 표정, 같은 얼음. 이번엔 참지 않았다. 10년 치 감정이 입안에서 터져 나왔다. “왜요, 울면 안 돼요? 여기서도 못 울면, 도대체 어디서 울 수 있는데요!” 순간, 공기가 멈췄다. 리더 교수님이 조용히 개입했다. “당나귀님, 지금 왜 그렇게 반응하셨는지, 그 안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 남자는 한참 침묵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늘 저를 붙들고 우셨어요. 어릴 땐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뭘 해줘야 할지 몰라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뒤로, 우는 여자를 보면… 숨이 막혀요.” 나는 얼어붙었다. 그의 말 속에서, 남편의 내면이 처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도, 감정을 감당하지 못한 아이였을지 모른다. 어릴 적, 자신을 붙잡고 울던 엄마. 그 울음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몸이 굳어버렸던 아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내 눈물 앞에서 멈춰버렸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남편을 비난하는 시선을 거뒀다.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의 뒤에 있던 감정의 구조를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그를 몰래 훔쳐보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렇게 상처받았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를 통해, 결국 나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내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울 수 있게 되었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더 이상 ‘버티는 여자’가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으로 조용히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