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상호작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Damon

덕복이가 태어났다. 예민해져 있고 스트레스를 받은 아기에게 안정감을 찾아줄 목적으로 캥거루 케어(엄마의 자궁 안으로 다시 들어온 것처럼 엄마의 심장 가까이에 아기와 맨몸을 맞대고 담요를 덮어주는 행위)를 거쳤다. 이후 아기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제대로 있는지, 생식기와 기타 기관들이 정상인지 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확인하고 나서 덕복이는 인큐베이터 같이 생긴 작은 상자에 담겨 분만실을 나갔다.

아내는 출산 후에도 고통을 겪고 있었다. 급속분만 탓에 회음부가 많이 찢어져 한참을 꿰매었으며 나에게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똥꼬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화상을 입은 듯 생식기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라니, 아내의 상태가 많이 걱정되었지만 아이가 특별한 문제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에 우리는 서로 기쁨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덕복이를 데려간 간호사가 홀로 나타나 아기의 산소 포화도가 낮아 지금 당장 상급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아내를 분만실에 남겨두고 응급 앰뷸런스에 올랐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각종 기기를 몸에 달고 있는 덕복이를 보니 마음이 저려왔다. 가까운 대학 병원에 도착했고 아기는 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되었다. 증상 확인과 집중 치료를 위해서는 5 ~ 10일을 입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입원 기간 동안 필요한 기저귀와 물티슈를 사다 놓은 후 아내가 있는 산부인과로 돌아갔다.

아내는 울고 있었다. 분만실에서 입원실로 이동할 때도 울었고, 입원실에서도 한참을 울었다. 자신이 호흡을 잘 못해서 아이에게 산소를 못준 건 아닌지 자책했으며 차라리 제왕절개를 했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걱정이 가득했다. 나까지 울면 우리는 무너졌을 것이기에, 나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아이는 괜찮을 거라고 아내를 다독이고 마음 굳게 먹자며 아내와 나 자신에게 거듭 말했다. 하지만 출산 당시 일어났던 일 때문에 마음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왼쪽 손목에 붙어 있는 카메라는 아기가 엄마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이는 의사의 손에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 간호사는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잘 나오게 하려고 아이의 얼굴이 카메라 쪽으로 향하도록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기 코에 양수 빼야지! 뭐 하는 거예요!"

의사가 소리쳤다.

간호사는 깜짝 놀라 스포이트 흡입기로 아이의 입과 코에 있는 양수를 빼냈다. 아기 탄생의 순간에만 매몰되었던 나의 무지와, 소중한 순간이 좀 더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선의에 가려져버린 기본적인 분만 절차는 그렇게 몇 초의 지연을 만들었고, 그렇게 지연된 몇 초는 아기를 엄마의 품에서 빼앗아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하게 만들었으리라.

간호사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내가 고프로(영상촬영장치)를 사지 않았더라면, 내가 출산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기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분만실에 고프로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의료진은 기존에 하던 대로 분만 절차를 잘 지키며 안전하게 출산을 도왔을 것이다. 덕복이는 내가 고프로를 샀고, 출산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분만실에서 촬영을 하기로 결정한 그 선택들 때문에, 엄마 품에서 젖을 먹으며 안정감을 느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를 홀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했다. 그 작은 것에게는 엄청난 시련이었을 것이다. 덕복이의 성장에 심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기를 보러 갔다. 아내는 유축 한 모유를 의료진에게 전달했고, 아기 앞에 서서 한참을 또 울었다. 나는 울 수 없었다. 다행히 아기는 산소포화도가 잘 잡혀 5일 만에 우리의 품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산후조리원에 정상 일정보다 5일 늦게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앞으로의 선택들은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날의 사건은 끊임없는 삶의 상호작용 중 하나였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발레리나 데이지가 사고를 당해 그녀의 인생이 바뀌는 장면의 서술은 삶의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보여준다(영상으로 봐야 더 와닿기에 문미에 링크를 걸어두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쇼핑을 나선 여자가 외투를 깜빡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약 2분간 통화를 했다. 같은 시각에 데이지는 공연 리허설 중이었지. 여자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다. 금방 손님을 내려준 택시 기사는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렀고 데이지는 계속 연습 중이었어. 손님을 내려주고 커피를 산 그 택시 기사는 앞선 택시를 놓쳤던 그 여자 쇼핑객을 태웠다. 택시 기사는 운전 중에 길을 건너던 남자를 피하기 위해 멈췄다. 길을 건너던 남자는 평소보다 5분 늦게 출근하는 길이었어. 알람 맞추는 걸 깜박했지. 회사에 늦은 남자가 길을 건널 때 데이지는 연습을 끝내고 샤워 중이었어. 데이지가 샤워할 때 그 쇼핑객은 부티크에 있었는데 미리 주문한 물건이 포장 안돼 있었어. 전날 애인과 헤어진 점원이 깜빡한 거지. 여자는 택시를 다시 탔는데 배달 트럭이 길을 막았어. 그때 데이지는 옷을 입고 있었지. 트럭이 비켜줘서 택시가 다시 움직였고 옷을 다 갈아입은 데이지는 신발끈이 끊어진 친구를 기다렸어. 택시가 신호에 걸려 서있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 뒷문을 나왔지.

단 한 가지만 달랐더라면, 신발끈이 안 끊어졌거나, 트럭이 길을 막지 않았거나, 부티크 점원이 실연 안 당해 물건을 포장해 놨거나, 그 남자가 알람을 맞췄거나, 택시 기사가 커피를 안 샀거나, 쇼핑객이 코트를 안 잊고 앞 택시를 탔다면, 데이지와 친구는 길을 건너고 택시는 그냥 지나갔겠지.

하지만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누구도 통제 못하는. 그 택시 기사는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고, 데이지를 치었다."


삶은 우연과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작은 일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 큰 결과를 초래한다. 서로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교차되는 시간 속에서 일으키는 사건들은 우연히 발생하며, 그 순간들이 한데 맞물려 한 사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삶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는 순간들에 의해 크게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우연한 사건들은, 우리의 불완전한 이 삶은, 결국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 작은 결정들을 쌓고 있으며, 우리가 매일 내리는 그 작은 결정들이 결국 삶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순간들을 묵묵히 살아가는 것, 살아내는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명장면 (삶의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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