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30년 전이었던가? 내가 국민, 아니 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즘이었을 거야. 나는 어느 산골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둘, 고모 하나, 그리고 못난 동생 하나와 좁고 낡았지만 따뜻한 집에서 살고 있었어.
그 시절의 시골 꼬마들이 다 그렇듯, 나는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대장 노릇을 하며 산속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놀이를 좋아했어. 나뭇가지와 볏짚을 이어 만든 '기지' 안에서 아이들과 그날그날 탐험할 구역을 정했지. 배고플 때 먹을 과자를 챙기고 수통에 물을 채운 뒤, 산에서 대나무를 깎아 고무줄로 엮은 어설픈 활과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 총을 가지고 산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곤 했다? 동굴을 발견해서 구석에 박혀 있는 값어치 없는 석영 덩어리들을 주워올 때도 있었고, 운이 좋으면 먹음직스러운 먹자두나 오디나무를 발견하고 전리품을 배낭 가득 따서 집으로 가져갈 때도 있었지.
그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 두 명과 숲 속을 거닐 때였어. 내가 선두에서 걷고 있는데, 태어나 처음 듣는 괴상한 소리가 앞쪽에서 들리는 거야. 친구들이 멧돼지나 곰이 아니냐고 지레 겁을 먹고 동네로 내려가자고 보챘어. 나는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친구들에게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하라고 지시했지. 나도 겁이 났지만 대장이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어.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지. 그것의 소리는 더 가까워졌고 무언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 같았어. 조금 더 다가가보니 덫에 걸려 발버둥 치는 짐승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어.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어.
"늑대다." 나는 혼자 말했어. 친구들은 나를 따라오는지, 그 자리에서 얼어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짐승이 무엇인지 보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개와는 다른 뾰족한 귀, 긴 꼬리, 무시무시한 눈빛, 사나운 이빨, 1.5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 그것은 분명히 늑대였어. 상어 이빨과 같은 커다란 덫에 오른쪽 뒷다리가 찍혀 피를 흘리며 세차게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덫에서 빠져나와 나를 공격할 기세였어.
"늑대다!" 나는 말하면서 동시에 뒤도 안 돌아보고 친구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지. 그 녀석들은 이미 저만치 줄행랑을 치고 있었어. 우리는 그렇게 산에서 내려와 동네로 돌아왔지. 나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어. 그리고 아버지를 찾았어.
"아버지, 나 요 앞산에서 늑대를 봤어요! 진짜 엄청 컸는데 덫에 다리가 걸려서 나를 공격하지는 못했어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나는 일생일대의 대 탐험을 거치고 온 꼬마답게 흥분에 가득 차 말했지.
"이 녀석아, 요즘세상에 늑대가 어디 있냐. 다 죽고 없어. 어디 동네 떠돌이 들개가 돌아다니다 멧돼지 틀에 걸렸나 보지. 그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마라. 멧돼지가 나오는 곳이야."
"아니, 아빠. 내가 진짜 봤다니까요. 개가 아니야. 내 몸집보다도 더 큰 늑대였어요. 내가 봤어!"
아버지, 산짐승에 해박하신 할아버지, 탐험을 같이 했던 삼총사 친구들, 그리고 동네 어느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았지. 나는 속이 너무 상했어.
다음날 나는 삼총사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길을 나섰어. 당시 집에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커다란 비디오카메라와 지난 여행에서 쓰고 횟수가 남은 일회용 카메라가 있었어. 영상을 촬영해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에게 걸리면 혼이 날 것 같았지. 그렇게 일회용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시 작전 지역으로 이동했어. 부리나케 도망치느라 전날 갔었던 곳이 어디였는지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 마침내 우리는 그 장소를 찾았지만 그곳에 늑대는 없었어. 짐승의 털이 엉켜 굳어버린 피가 선명한, 녹이 슨 쇠덫만 남아 있었지.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본 것을 증명하지 못했지만 그 실망감은 이내 삶에 찾아오는 다른 탐험들로 자연스럽게 대체되었어. 하지만 그때 본 짐승의 눈빛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나에게 남아있어.
어린 시절의 기억의 희미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인터넷을 보다가 흥미로운 뉴스를 읽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마지막 늑대에 관한 기사였지. 지난 1967년 경북 영주에서 늑대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이후 늑대는 국내 야생에서 종적을 감추었으나, 해당 지역에서는 현재까지도 종종 목격담이 이어진다는 내용이었어. 나는 1990년대 경북 영주 어느 시골 산골 마을의 초등학생이었지.
나는 늑대를 보았을까?
자기야, 나는 방금 너에게 한 편의 이야기를 서술했어.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늑대를 보았는지 아닌지가 아니야. 자기가 알아줬으면 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아도 내가 본 건 내가 확신한다는 거야. 내가 뭘 보고 경험했는지는 결국 나만 알잖아? 그래서 내가 항상 말하는 거 있지, 우리 사이에서 '내가 봤어!'라고 할 때는 그냥 믿어주기. 어제 내가 한잔하고 새벽 2시까지 들어온다 했잖아. 내가 집에 와서 거실에 걸린 시계를 봤을 때 1시 30분이었다니까? 자기는 4시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는데, 아니야. 내가 확실히 봤다니까? 새벽 1시 30분이었어. 정말이야. 내가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