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을 직관한 적이 있는가.

by 블레스미

사모에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안부 전화를 했었다.

시댁에도 이 만큼은 하지 않던 전화를

숙제하듯이

사모에게 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불편했고 할 말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지 않으면

그쪽에서 전화가 걸려 오고

약간의 가시 돋은 말로

시작을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 쪽이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인 거고

가만 보니

이런 안부전화를 꽤 중시하는

옛날 사람 스타일이구나 싶어

일수 찍듯이 날짜 보며 전활 했던 거다.



그런데

통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

울리는 전화.

사모라고 떠있는 걸 보고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받았던 건데

대뜸 한다는 소리가



"내가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는데

솔직하게 말해줘야 해.

알았지?"



동공이 지진 났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체감하던 순간이었고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겁이 나기도 한순간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여기 한인들하고 연락하고 지내?"



흑인도 흔치 않은

백인 시골마을이었지만

신기하게 한인이 몇 살고 있고

한인 교회도 작게나마 하나가 있는 곳이다.



"아뇨,

저는 교회도 안 다니잖아요.

그런데 저 다니는 어덜트 스쿨에

한국분이 계셔서 연락하고 지내요.

근데 왜 그러세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간단히 알려줬다.

오래전에

우리 회사 계열사 직원이었는데

주재원 나왔다가 퇴사를 하고

지금은 여기 학교에서

석사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

혹시 그 사람이랑 내 얘기 한 적 있어?"



"에이~~ 없죠!!

그분 남편이 퇴사하고 나서는

아예 이쪽 회사일은 알지도 못하고

묻지도 않던데요.

그리고 저도 이쪽 얘긴 전혀 하지 않구요."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한다는 말이,

누군가가 사모 욕을 하고 다녔고

그것이 퍼지고 퍼져

사모 귀에 까지 들어왔다는 거다.



이 무슨...?!!!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어

못 믿고 자꾸 물으니

그 출처와 경로는 정확하지 않은데

자신에 대한

욕과 뒷담화가 있다는 사실을 들으셨다고.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알려 주지 않고

나에게 질문만 하셨다.

나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주변에 그럴 만한

짚이는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그 범인을 짐작하기에 앞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라는 의문으로

가득했다.



아니,

누가 무슨 배짱으로

사모 욕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며

사모 역시 한인교회는커녕

한인들과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라

그 소문이 귀까지 타고 흘러들어 올

연결 경로 조차가 없을 텐데

어떻게 귀까지 들어왔다는 건지 말이다.



오히려

없는 일로 지금 날 시험 하시나 싶은

의심까지 들더라.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더 황당해하는 내 반응에

통화는 짧게 끝이 났고

나는 그 후기가 궁금했지만

이를 갈고 있는 사모에게

부채질만 더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남편에게 이 속보를 전하며 흥분을 했었지.



도대체 누굴까?!

미친 거냐 용감한 거냐?!

어떻게 사모 욕을 할 수가 있는 걸까?!



그 인간이 누군지

회사 사람이라면 이제 죽었다.

상무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 전화를 받고 곰곰이 생각을 해 봤었다.

주재원 중 어느 한 사람이 아닐까?

그러니

사모 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 아니냔 말이지.



그렇다면 누굴까?



지금

이곳에 주재원은 우리 포함 총 7집이다.



나는 아니니까 일단

제외.



고 과장과 부인 L은 내가 만나보니

그런 일은 상상도 못 할 사람들이었고

등에 업은 배경에 먹칠할 까봐

조심 떠는 도련님 태도였으니

제외.



유 과장과 부인 M은

상무의 눈에 들기 위해

기꺼이 상무와 사모의 수족이 되어

열심히 공들이고 있는 사람들이니

제외.



그럼??



나머지 3인방이 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도 없는.



첫 번째는

김 차장과 부인 B.

철없고, 눈치 없고, 일 능력도 떨어지는데

본인은 그걸 모르는 남자와

mz의 성향이 다분해

사모와 초반에 부딪힌 적이 있었던 여자다.



두 번째는

이 디렉터와 부인 H.

출세욕에 불타는 안하무인으로

강약, 약강의 인성을 가진 남자와

본인 잘난 맛에 살지만

남편의 출세를 위한 일에는 고분고분한 여자.

내가 다니는 어덜트 스쿨에 대해

부정적인 조언을 한 적 있는 부부다.

( 이 집은 주재원 끝날 때쯤

영주권으로 전환해서 미국 직원이 됐고

디렉터의 직급을 받았다)



세 번째는

박 디렉터와 그 부인 G.

인사과 소속이었던 박 차장은

존재감 없이 조용했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으며

그 부인은

말실수로 사고를 쳤던 전적이 있는지라

다른 주재원 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남편이 단속하는 여자였다.

(이 집도 영주권으로 전환해서

미국직원이 됐고 디렉터의 직급을 받았다)



사모 욕을 하고 다닌 게 주재원 중 하나라면

저 세 집 중 하나 아닐까 싶었다.



내 생각은

두 번째 집, 이 디렉터와 부인 H였다.



첫 번째 김 차장의 부인 B는

사모가 보기에 개념 없는 이미지였지만

알고 보면 털털하고

가식 없는 성격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히려

철없는 남편보다 어른이라는 둥,

친해지고 나니 애가 괜찮더라는 둥 했던

사모의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세 번째 박 디렉터의 부인 G는

아예 남편의 단속으로

누구와도 왕래가 없으니

욕을 하려야 할 거리가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두 번째 집, 이 디렉터와 부인 H가

유력한 건 아니었다.



다만,

예전에 내가 영어를 배우고자

어덜트스쿨을 알아본 적이 있었을 때

그곳을 다녀 본 사람이 부인 H라길래

남편을 통해 물어본 적이 있었더랬다.



그때 부인 H는

수준도 낮고 난민 출신 학생이 많아서

자기랑은 안 맞다며

나에게 비추를 전했었는데

사모가 다녀볼까 한 마디 했을 땐

만사 제쳐두고 달려와

본인이 등록을 도와주겠다며

반 배정 테스트에도 동행을 하고

여기 너무 좋다, 꼭 다니셔라,

자기가 잘 다니시는지 출석 확인도 하겠다는

농담까지 했다더라.



나한테 한 말이랑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나에게 한 말이 사실인지

사모에게 한 말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한 입으로 두 말 아주 잘하는구나 싶었었다.



그래서 굳이 하나를 꼽자면

세 집 중 두 번째,

이 디렉터와 부인 H가 아닐까 했던 거다



두고 보면 알겠지.

누가 됐던지 간에

욕을 하고 다닌 게 맞고,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폭풍은 크게 일리라.



괜히 말려들어가지 않게

그 폭풍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자



팝콘 하나는 들고 말이야

아주 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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