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스쿨은 내 생각보다 괜찮았고
이 디렉터의 부인 H의 말보다는
훨씬 훌륭했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쌤 덕분에
교실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했고
여러 인종의 교실 친구들은
저마다의 이야깃거리가 있어
매일매일
알아가고 친해지는 재미가 있었다.
더불어,
내가 목동 언니라고 불렀던 한국분이 계시니
한국말도 실컷 떠들 수 있어서
그곳을 다니는 재미로 버티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별로인 건지 어쩐 건지
사모는 통화를 할 때마다
나를 단속하는 모습이었다.
가서 행동 조심해라,
말 조심해라,
조금만 잘 못 해도
한인교회로 금방 소문 돈다.
아니,
나도 다 알고 조심하고 있는데
내가 뭘 어쩐다고 자꾸 저러나.
그 말투와 뤼앙스는
분명
우리 모두 조심해서 나쁠 거 없다는
좋은 취지가 아니었다.
시어머니의 쓸데없는 살림 간섭,
잔소리, 오지랖처럼 들릴 뿐이었기에
그냥 영혼 없이
네 네네네네네....
어김없이
또
오지랖을 부리던 어느 날,
너무 듣기 싫은 말에 밟혀 꿈틀댔다.
바로 그 소문의 범인을 물은 것.
누군가
본인 욕을 하고 다니는 걸 들었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 범인을 잡고자
수사를 벌이던 사모였다
내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자
갑자기 창피해진 듯
급하게 마무리를 지었던 사모.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런 후기가 없으니 궁금하던 와중에
오늘은 모른 척해주기가 시르네.
"근데 그건 어떻게 됐어요?
사모님 욕하고 다닌다는 사람 잡으셨어요??
그랬더니
아... 그거... 하면서 말을 줄이시더라.
"잡으셨어요? 그럼 진짜였던 거예요??"
"어, 찾았구 얘기 다 끝났어"
말을 돌리려는 사모를
다시 잡아 세우고
다시 잡다 세웠더니
그제야 알려주더라.
"누구였는지 알아?!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고 나서는 생각하기도 싫어서
블래스미(내 이름) 한테
말도 안 꺼냈던 거야"
그러면서 누군지를 말해 주는데
와.... 정말..
어이없어 실어증 걸릴 뻔.
식스센스 반전은 비 할 것도 아니고
등, 발등, 뒤통수가
모두 찍히고, 꽂히고, 갈겨져
이 정도면 사망급.
범인은 바로
유 과장의 부인 M이었다.
내가 만나보고 싶어 했던
대한항공 출신의 여자 M 말이다.
상무와 사모의 수족이 되어
부부가 일심동체로
집사역할을 하던 그 집 여자 M!
사모의 오른팔로 보이고 싶어
내 앞에서 기싸움을 벌였던
그 여자가?
사모의
동생, 베프, 영혼의 단짝이 되고 싶어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그 여자가??
"네??
정말요???
왜요???
진짜예요??
자기가 맞대요???"
질문만 쏟아지더라.
"어, 맞는 거 같아.
물론 지는 아니라고 난리를 치지.
나중에는 핸드폰을 집어던지면서
'나 아니라고!!' 소리도 지르더라.
근데 보면 걔 밖에 없어.
걔야 걔"
빼박 증거가 있는 듯, 아닌 듯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이미 둘이서 대판을 치른 듯 보였다.
여전히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
설마설마하는 나에게
사모는 지난 일들을 알려 주었다.
상무와 사모가 살 미국집을
M이 대신 구해 주면서 벌였던
눈속임,
사모의 아들과 관련된 트러블,
한국에서 출장 온 윗 분을
집으로 초대해 놓고
그 앞에서 저지른 이간질,
사모가 짐 정리를 할 때
도와준 것도 고맙고 해서
명품 옷과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등
이것저것을
큰맘 먹고 한 보따리 주었는데
연신 감사하다며
입이 귀에 걸려서 가더니만
뒤돌아 서서 보였던 민 낮 등등등
아니 이게 가능해? 실화라고??
말문이 막혔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럼
왜 여태
저걸 다 알고도 참으신 거냐!
왜 모른 척하고 다 받아주셨냐!
왜 진작에 끊어내지 않고
가깝게 지내신 거냐!
왜왜왜왜왜왜!!!!!
내가 화가 나더라.
그리고
사모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더라.
그렇게 기 쌔고 까랑까랑한 시어머니
사모가 말이다.
M은
살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있지만
매 끼니는 냉동식품이거나 외식.
집에 가 보면
청소도 하지 않는 건지
지난주에 봤을 때
거실 바닥에 있던 옷이
오늘 갔는데
그 형태 그대로 있더라는.
그리고 만날 때 보면
항상
새로운 옷에 새로운 액세서리이고
이걸 어디서 샀다느니
얼마짜리라느니
입이 아프게 떠들었다 했다.
이 시골에서 어디 갈 데도 없는 사람이
고가 브랜드 세일만 뜨면
사 모으기 바쁘더라라며
과장 월급으로 저리 사는 게
도대체 제정신이냐고
사모는 나에게 열변에 열변을.
"아니! 유 과장은 뭐래요??
지 부인이 그런 거 알아요??"
"유 과장 걔가
우리 집에 와서 무릎을 꿇은 거 알아?!
무릎을 꿇고 앉더니만
고개 푹 숙이고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그러면서
지가 지 와이프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시키겠다는데
M이 지 남편 말을 들을 거 같애?
절대 그럴 애도 아니고
이제 둘 다 꼴 보기도 싫어서
유 과장한테도
얼른 나가라고 소리 질렀잖아!"
그 유 과장 또한
그의 부인 M이 그런 여자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불화에
이혼을 하고 싶지만
유 과장 본인이 이혼가정 출신이라
아이에게 대물림 해 주고 싶지 않기에
참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딱하게 여긴 상무는
사석에서 자신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앵기는 유 과장을
친동생처럼 생각하여
평소,
사모에게 불쌍하니 잘해주라고
주문했던 것.
나는 이 말도 어이없었다.
유 과장은 그런 본인의 상황을
일부러 어필해 동정심을 사고
그것으로 연대책임을 피하는 한 편
상무의 품을 더 파고들고자 하는 것이
유 과장의 전략임을
우린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상무만 모르고...
사모는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이제 M의 꼴을 안 봐도 되니
오히려 잘 됐다며 속이 후련하다 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싶고
그런 것들을 다 참아냈다 하니
사모가 달리 보이면서도
딱하게 생각됐다.
그래서 위로하고 싶은 생각에
기운내셔라,
세상에 별 미친 연놈들이 많더라,
지금이라도 뗘 낸걸 다행으로 여기자,
이런 일 있었다고 축 쳐져 계시지 말고
밥 잘 먹고 할 거 다 하셔라
했더니만
고맙다는 말 대신 들려오는 까랑까랑.
"아니, 블래스미(내 이름)!
그럼 당연하지!!
내가 이런 일로 신경이나 쓸 거 같애?
내가 걔 땜에 밥도 못 먹을까 봐??
나를 뭘로 보고~~~
내가 만난 또라이들이
지금까지 몇인데!
이런 건 나한테 일도 아냐~~"
참... 내가 무슨 소릴 한 건지
내 코가 석 잔데 누가 누굴 걱정해
내 걱정 없이도
잘 먹고 잘 살아낼 사모라는 걸
잠시 잊었다.
별 급도 되지 않는
위로의 말을 내뱉은 거 같아
멋쩍은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론
역시 사모가 보통이 아냐,
우리 사모 씩씩하네! 하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주재원 나가면 젤 만나보고 싶었던
대한항공 출신 그녀 M.
첫 만남에 이상하다 싶더니만
또라이 중에 상 또라이였음.
내 앞에서
그렇게 기 싸움을 벌이더니 만
내가 이긴 기분,
손 안 대고 코 푼 기분.
멀리 안 나간다.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