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날.
생일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일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내 생일을 꼽을 겁니다. 생일을 좋아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어린 시절에는 선물때문이었겠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 이유는 아니고 그날이 나라는 존재를 의미있게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세상에 없었던 존재가 내 몫의 삶을 배정받은 날,
만으로 30살이던 한 여인이 처음으로 엄마가 되던 날,
매년 새로 얻는 인연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한 번씩 떠올리게 하는 날.
그래서 화려한 생일상이 없어도, 값비싼 선물이 없어도 내 생일은 그 자체로 특별하고
그 날은 온전히 내 것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하루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앞뒤로 일주일씩 기분이 붕붕 뜨긴 합니다.
그래서 내 생일뿐만 아니라, 나와 인연이 닿은 모두의 생일은 귀하게 느껴집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특별한 하루이고, 그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여전히 그 삶을 이어가던 길에 나와 닿게 된 시작이 된 날이니 어떤 축복의 말을 가져다 붙여도 과하지 않을 것 같은 하루 입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거창한 선물이 아니더라도 축하한다는 말은 진심을 듬뿍담아 전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걸 좋아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좋아할 확률이 꽤나 높답니다. 특히 생일축하는 더욱 그렇죠.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기억해야 할 일이 수두룩빽빽인데 그 사이에 내 생일 자리를 내어주다니. 심지어 그 날 잊지않고 일부러 '축하한다' 말을 건네주는 번거로움이라니. 얼마나 다정한 수고스러움인지요. 그 말 한 마디로 축하받은 사람은 의미있는 사람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의미있는 사람.
물론, 가정마다 문화적 다양성은 존재하고 누군가는 '나는 생일 별로 안 중요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축하받는 것이 부담스럽다구요. 나의 남편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생일이 뭐라고'라는 생각에 메신저의 생일 숨기기 기능을 찾기 바쁜 사람. 그런 그도 결혼 후 첫 생일 00시에 온 우리 엄마의 생일축하 문자와 생일에 맞춰 미리 나에게 전달해 놓은 손편지와 선물을 받고서는 한 마디 했습니다.
"생일, 좋은거네."
축하는 안 받아보면 모를까, 굳이 피할 필요없이 받으면 좋은 거 거든요. 생일축하를 핑계로 오래 끊겼던 인연이 다시 이어질 빌미가 되기도 하고, 지쳐있는 마음에 그래도 내가 이렇게 기억되는 사람이라는 따뜻한 감정도 들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생일을 매우 좋아합니다.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날.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의 존재가 있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기 덜 쑥쓰러운 날.
오죽하면 예수님도, 부처님도 다른 날이 아니라 생일날을 기념하시겠어요.
그러니 누군가의 생일에 인사를 전할까 말까 고민이라면, 눈 딱 감고 인사를 전해보는게 어떨까요.
생일은 그래도 되는 특별한 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