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수정

처음에는 엄마가 참 재미나게 사신다고만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테두리 안에서 안전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다른 어른들과 달리, 자식 걱정 남편 걱정 온갖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다른 엄마들과 달리, 도전을 즐기며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엄마가 좋아 보였다. 그래서 엄마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엄마에 대해 글을 쓰면서 엄마를 더 자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엄마를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함께 산 시간보다 따로 산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걸, 그리고 생각보다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 보아왔던 엄마와 지금의 엄마가 다른 모습인 것처럼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엄마는 누구의 엄마로 사느라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지 못하고 살아오셨을 것이다. 내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그때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속상했을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를 헤아리게 되었다.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이제야 알게 된 것들 말이다. 앞으로 엄마에게 힘든 일, 속상한 일, 마음 아픈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이제 남편이나 자식들 눈치 볼 것도, 간섭받을 것도 없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된다. 지금까지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자 권리이다.

가끔은 연락이 너무 뜸한 엄마에게 딸에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서운한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이건 내가 생각을 바꿔야 할 부분이다. 엄마는 이제부터라도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맞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누구라도 그 삶의 우선순위는 주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우리 엄마 최반장을 보며 내가 칠십이 되었을 때를 그려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엄마처럼 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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