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가? 연대인가!

2025년 5월22일 위원장 일지 - '정치'가 아니라 '연대'였다.

by 기록하는노동자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최근 사건에 대한 일기입니다.


새벽, 공장 앞 공터에서 시작된 하루

5월 22일 목요일 아침 7시 30분.
서인천 공장 건너편 공터에서 부위원장과 함께 이동사무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용히 현장을 둘러보며 오늘의 일정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A과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조합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냐”는 목소리는 질문이 아니라 항의에 가까웠다.
나는 설명했다. 이번 지지선언은 정치가 아니라 조합의 이익을 위한 연대이고,
간부·대의원 10명이 투표해 찬성 7, 반대 2, 기권 1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 “전체 조합원 의견을 물었더라면 수긍했을 것.”

그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치가 아니라 연대임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물었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 조심스러운 목소리들이 간접적으로 들려왔다.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하더라도 전체 투표는 필요하지 않겠냐"는 분위기였다.

규약상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정치가 아니라 연대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조합원 다수의 뜻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다시 간부들과 대의원들에게 물었다.

찬성 6, 반대 4.

곧바로 전자총회를 통해 전체 조합원에게 의견을 묻자는 제안도 찬성 7, 기권 3으로 통과됐다.

그렇게 2025년 5월 22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임시총회를 열고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율 71.93%, 찬성률 78.05%.
오후 2시, 결과가 나왔다.

혼자 국회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다

서인천 이동사무실 일정을 마치고, 전자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지지선언 현수막을 챙겨 국회로 향했다.
같이 선언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간부들과 함께였지만, 나는 혼자였다.


혹시라도 이 일로 간부들이 징계를 받을까 두려웠다.
우리 회사는 아직 노동조합과의 상호 존중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듯한 현실이다.
내가 부당해고된 것도, 조합 활동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 생각한다.
언제 또 어떤 사유로 누군가가 다치게 될지, 그런 우려가 현장에 퍼져 있다.

다른 노조들처럼 노사 간 신뢰가 회복되고, 상생의 대화가 시작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그 의문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오후 4시, 국회 소통관에서의 지지선언

오후 4시, 국회 소통관.
서울시당 위원장과 노동위원장이 나란히 섰고, 우리를 포함한 세 개의 노동조합이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선택합니다.”

기자들의 질문도, 기사화도 없었다.
오직 국회방송 유튜브 라이브 영상만이 그 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정치’가 아니라, ‘연대’였다

우리가 지지한 것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노동에 우호적인 정책과 방향이었다.

선거를 도우려 한 것도 아니고, 특정 정당을 홍보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 화학연맹도 모두 지지선언을 한 바 있었고,

이번 선언은 같은 연맹 소속, 같은 업종에 속한 세 개 노동조합의 공동 연대였다.

우리가 지난 2년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요구해온 것은
단체교섭의 정상화, 부당해고 문제 해결, 복지증진과 처우개선에 대한 협의,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요구는 결국 법과 제도, 즉 정치의 영역과 맞닿아 있었다.

우리 노동조합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사의 진정한 교섭 상대자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고,
단체협약 교섭조차 상급단체에 위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교섭력이 약화돼 있었다.

이번 연대는 곧 다가올 임금교섭에서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고,
부당해고임에도 불구하고 복직을 거부하는 회사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정치는 우리에게 목적이 아니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조합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을 누군가와 손을 잡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마음이 무겁고, 또 복잡했던 날

78.05%의 조합원들이 찬성했다.
분명한 수치였다.
하지만 남은 21.95%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을 모두 품지 못한 선택이었을까.
믿고 버텨준 동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그런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나는 오늘, 내 판단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생존과 권익을 위한 길이라면, 앞으로도 외부와의 연대를 멈추지 않겠다.

합법적이라면, 노동조합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이다.

그것이 위원장이 짊어져야 할 또 다른 무게라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0526_223951713.jpg 2025년 5월 2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유진기업 노동조합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선택합니다.”


저녁, 대의원과 간부들에게 보낸 메시지

그날 저녁, 나는 이렇게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하루가 참 길고 벅찼습니다.
위원장이란 자리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같은 뜻일 수는 없기에,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이번 지지선언은 조합의 이익을 위한 연대활동이었습니다.
조합원 누구에게도 정치적 지지를 강요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오늘도 버텨냈습니다.
내일도 우리의 권리수호를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KakaoTalk_20250526_223951713_01.jpg 국회 소통관의 모습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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