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는 말, 조심스럽게 되뇌어본다

2025년 5월 30일 - 말하지 못한 진심, 꾹 눌러 담은 5월

by 기록하는노동자

※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최근 활동에 대한 기록입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5월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조합원들에게 5월 활동을 보고하는 날이다.

5월은 정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장을 돌며 동지들을 만나 힘이 나기도 했지만,
그들의 말하지 못한 고통과 묵묵한 아우성이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이동사무실의 하루, 조합원의 눈빛에서 본 진심

춘천공장은 5월 27일, 새벽 4시에 눈을 떠 이동했지만, 정작 공장은 가동되지 않았다.
출근자는 적고, 경기의 악화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 건넨 따뜻한 격려는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았다.


동서울공장은 5월 28일, 시험실 조합원이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둡니다”라며 조용히 말했다.
자격정지된 상태로 아무에게도 말 못 했던 고충.
그는 말했다.

“당시에 압박이 너무 심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업무로 너무 힘들어요.
당시에는 압박때문에 조합을 탈퇴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이야기 할 곳도 없어 퇴사합니다.”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탈퇴서 한 장 없이 퇴사했던 수많은 조합원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2023년 권리수호운동 직후, 조합원 수는 400명에서 300명 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2023년, 조합비 납부율은 95%에서 80%로 떨어졌다.
그 고통의 중심엔 '압박'과 '방관'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생생한 결과를 직접 들었다.


5월 29일 서서울공장, 가장 큰 공장이지만, 문제는 똑같다.
영업팀도 시험실도 관리팀도 공정팀도 다들 벼랑 끝에 서 있다.
점심시간에 우산과 조합노트를 나누며 말을 걸었고,
그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래서 더더욱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더 많아진 ‘시험’, 더 줄어든 ‘인력’
사람들은 종종 시멘트와 레미콘을 헷갈린다.
시멘트는 재료이고, 레미콘은 그것을 반죽한 반제품이다.
레미콘이 굳으면 콘크리트가 된다.
그래서 반제품은 현장에서 시험을 하게 되어있다.

최근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제품 품질을 확인하는 시험도 더 자주, 더 정밀하게 이루어진다.

과거엔 150㎥마다 한 번이던 시험이, 이젠 120㎥마다 한 번.

당연히 노동강도는 높아진다.

그런데도 회사는 인력을 늘리기는커녕, 줄이기만 한다.
회사의 메시지는 늘 같다.

“위기다. 지금 인력으로 버텨라.”

그 ‘버텨라’는 말은 이제 조롱처럼 들린다.
시험실도, 영업도, 공정도, 관리도… 빠져나간 자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그 자리는 공백이 되고, 남은 사람들이 조용히 무너져 간다.

그럼에도 회사는 실적과 인당 생산성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갈아 넣고 있다.

그리고 그 고통 위에, 회사는 아무렇지 않게 또 하루를 쌓아간다.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그 어디에도 없다.


비상경영이라는 말이 무색한 현실

회사는 지금도 “비상경영 중”이라 말한다.

식대, 복리후생비, 수선비 등 운영예산은 줄였고,

노조 사무실은 사내에 공간이 있음에도 외부 임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법무법인을 동원해 법적 소송을 이어가고 있고,
위원장인 나의 복직을 거부하며 지금까지 총 세 차례, 5,557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직원에게는 “절약”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의 고집과 권위에는 수천만 원도 아깝지 않다는 듯 행동하는 회사.

이것이 정말 ‘위기’인가? 아니면 노동자를 향한 ‘구조적 냉소’인가?


조합원이 직접 만든 임금교섭

지난 5월 23일, 임금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요청했다.

그 전에 119명의 조합원이 설문에 응답했다.

“물가상승에 맞춘 실질임금 보전”, “소급적용 포함한 인상폭 확보” 등,

조합원 다수는 단순한 금액 인상보다

실질적인 생활 안정과 현장 상황에 맞는 개선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 소박하고도 현실적인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교섭을 요청했지만,

아직 회사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싸우고 있다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회사와 신뢰를 쌓고자 노력했다.
회사 요구에 수긍했고, 대화를 우선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무대응, 무책임, 무시뿐이었다.

도대체 회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젠 더 이상 참아야 할까? 아니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할까?


6월엔 더 많은 공장에 이동사무실이 열린다.
건설경기가 위축된 지금,

인력부족으로 간부들이 근로시간면제를 쓰기도 어려운 이 상황에서
노동조합과 위원장인 나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할까?

이번 주말, 그 답을 찾아 조금 더 아프게, 조금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


KakaoTalk_20250602_000010146.jpg 고양시에 있는 서서울공장에서 8시가 되길 기다리며 부위원장님 중 한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keyword
이전 10화기울어진 운동장의 깨달음 – ‘법’은 누구를 위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