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도 법원도 나를 해고하지 않았다.

2025년 6월 26일 - 나를 해고한 건 오직 회사뿐이었다

by 기록하는노동자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최근 사건에 대한 일기입니다.



나는 법정에 가지 않았다

2025년 6월 26일, 목요일 오후 2시.

그 시간, 세종공장에서 조합원들과의 이동사무실 일정을 마치고

당진공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회사는 그곳을 ‘당진기업’이라 부른다.

우리와는 별개의 회사인 것처럼, 단체교섭도, 노조활동도, 법적 책임도 회피할 수 있는 껍질처럼.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람도 같고, 구조도 같고, 경영라인도 같은 그곳이 진짜 ‘다른 회사’일 수는 없다는 걸.

법원 판결 선고는 오후 2시.

나는 차량 안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변호사님에게서 판결 결과가 도착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2025년 6월 26일, 유진기업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2024구합67887)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주장한 징계사유 4가지 중 단 하나만 일부 인정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형사고소 사유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이라고 판시했으며, 일부 사유는 회사의 대응이 과장되고 공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과도하여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단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돌이켜보면, 해고된 그날 이후

모든 시간이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진실은 법정에서만 겨뤄지는 게 아니었다.

현장에서, 거리에서, 교섭장에서, 매일같이 버텨온 시간들이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고,

함께 싸워준 동지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오늘, 이 기록은 그 모두를 위한 것이다.


나는 되묻는다.

왜 해고되어야 했는가?

왜 회사는 그토록 노동조합을 두려워했는가?

회사는 말한다.

해고는 노동조합 때문이 아니라고.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나의 행동은 조직질서를 위협했고,

회사의 가치에 어긋났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그 직후에 있었다.

회사는 법원이 해고를 무효로 판단할 것을 대비해,

2025년 1월 7일, 복직도 되기 전인 내게 2차 해고장을 내밀었다.


나의 해고 사유?

홍보팀 소속 시절, 업무와 관련된 계열사 직원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누구보다 현장 구성원들이 더 잘 안다.

그 계열사는 업무 지연, 실수에도 불구하고 절대 손댈 수 없는 '특별한' 회사였다.

내가 갑질을 했다고?

오히려 갑질을 해온 건 그들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같이 일했던 직원들의 확인서까지 받아가며 나를 몰아갔다.

그 모습에서 나는 진심으로 학을 뗐다.

형사고소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고소를 밀어붙였고, 그조차 해고 사유로 삼았다.

하지만 검찰은 두 건 모두 불기소했다.

그중 한 건은 고등법원의 재정신청에서도 기각됐다.

다른 한 건은 검찰항고가 받아들여졌지만,

재기수사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를 악마화해야만 했을까.

무리한 소송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그 와중에도

전국 사업장의 식대, 음료대, 복지 항목들은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노동조합 위원장 하나를 찍어누르기 위한 이 예산의 우선순위.

이게 정말 정상인가?


오늘 법원은 그 침묵을 뚫었다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의 주문이 마법의 주문인듯

내가 지난 2년 동안 무너져내린 자신을 일으켜 세우게 했고,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하게 했다.

이 판결이 끝은 아니다.

회사는 항소할 수도 있고,

우리는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그리고 노동조합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끝내 살아남았다는 그 사실.

“무너진 건 내가 아니라, 부당함이었다.”


서울행정법원.jpg 서울행정법원은 유진기업의 부당해고 정당성 주장을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명령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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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6/26 법원도 'YTN 최대주주' 유진기업 노조위원장 부당해고 판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0606?sid=102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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