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 부당해고 665일째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최근 사건에 대한 일기입니다.
다시 한 번, 법원이 인정했다
6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이 나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한 사안을 사법부가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셈이다.
회사 측이 주장했던 징계사유들은 대다수 인정되지 않았고,
단 하나 남은 항목도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회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판결 이후, 나는 4일을 기다렸다.
회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고, 결국 6월 30일
‘복직명령 이행 및 노사관계 정상화·피해보상 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3일 이내에 입장을 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답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 번 공문을 보냈다. 같은 내용으로, 같은 기한을 제시했다.
오늘은 해고된 지 665일째 되는 날이다
법원 사건조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보니, 회사 측은 6월 30일에 판결문을 송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항소가 가능한 기한은 7월 14일까지다.
1년 10개월 동안, 정확히 665일 동안 나는 원직복직을 요구해왔다.
그 시간 동안 회사는 해고가 정당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과 원칙’을 말하던 회사는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작년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을 때, 회사는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내왔다.
“노동위원회의 판정 결과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 귀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사의 입장입니다. 이는 법률상 항소절차에 따라 사법기관의 판단을 기다려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일 뿐이며, 귀 노조위원장의 법적 권리를 무시한다거나 탄압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거듭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왔지만 회사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문 서두에 늘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을 기원합니다”라고 쓰던 회사는
정작 법원의 판단 앞에서도 아무 말이 없다.
이행강제금은 쌓여가고 있다
노동위원회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부당해고에 대한 시정명령은 재판이 진행 중일지라도 효력이 유지된다.
그래서 이행강제금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회사는 세 차례에 걸쳐 약 5,557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법률 대응에 들어간 비용이 1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이라면 믿고 싶지 않은 수준이다.
만약 이것이 '법과 원칙'을 따랐다는 결과라면,
그 법과 원칙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회사를 다독이는 것도, 조합이었다
최근 회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경기 둔화와 무리한 투자 집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야근식대와 음료비가 줄었고, 인력 여건도 빠듯해졌다.
조합원들의 퇴사도 늘고 있다.
나는 남은 조합원들에게 버티자고 말했다.
회사를 먼저 포기할 수는 없다고,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고.
오늘은 전국레미콘 운송노동조합에도 공문을 보냈다.
특정현장 운송거부를 유보하고, 우선 대화부터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노동자의 권리만큼이나, 회사의 위기도 외면할 수 없기에 조합이 먼저 나서야 했던 날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사는 경영권과 인사권이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노동조합이 이를 침해하려는 게 아니라,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그 견제를 불편해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노동조합이 더는 침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회사는 현재 YTN 인수 문제로 인해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YTN 노동조합은 경영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고,
전국레미콘 운송노동조합은 운송 문제와 관련해 회사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노동조합 역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한다면, 함께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상견례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
다음 주 월요일, 단체협약 체결 이후 첫 임금교섭 상견례가 열린다.
만약 그 자리에서도 회사의 태도가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
나는 지금의 경영진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결정을 내리는 자와 희생하는 자는 달랐고,
그 희생은 늘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번만큼은 다르게 만들고 싶다.
잊지 않겠다. 끝까지 묻겠다
우리 회사에서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나는 잊지 않았다.
그 과거를 청산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자고 시작한 노동조합이었다.
이제는 그들에게 과거의 책임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책임도 함께 묻고 있다.
아니면, 우리가 바랐던 대로 함께 미래를 그려갈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아마도 다음 한 주 안에 결정될 것이다.
이제 기준은 분명하다.
모든 선택은 조합원 동지들의 이익을 위해!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