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말투, 변함없는 교섭태도

2025년 7월 7일 - 2025년 임금교섭의 시작

by 기록하는노동자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최근 사건에 대한 일기입니다.

단협 이후 첫 교섭, 기대는 조심스러웠다

2025년 7월 7일,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단체협약 체결 이후 처음 열리는 임금교섭 상견례였다.
40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그보다 훨씬 길고 묵직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갈등과 단협 체결을 지나 이제는 뭔가 달라졌을 거라고,
이제는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으니, 방식도 달라지기를 바랐다.

회사의 태도는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공격적인 말투는 줄었고, 인사도 공손해졌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부드러워졌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노동조합은 현실적 제안을 했다

우리는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상견례라는 이름으로 또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교섭 구조와 리듬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섭은 원칙적으로 주 1회 정례화.
임금 인상 기준일이 5월 1일인데, 벌써 7월이다.
늦은 만큼 속도감 있게 교섭하자는 뜻이다.


교섭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조합 교섭위원들이 모두 현업에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가장 현실적이다.


장소는 노동조합과 회사가 번갈아 지정하자.
복사골문화센터는 사용료가 드는 공간이고, 회사는 긴축경영 중이라 하지 않나.
우리 사무실, 부천공장 회의실, 화학연맹 회의실 등 충분히 쓸 공간은 많다.


그리고,

기본요구안은 6.6%+α.
화학연맹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근거 있는 숫자다.


다음 교섭 전까지는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
회사 재무상황, 임금인상 여력, 동일직급 간 임금 차별 등
교섭을 위해 필요한 기본자료다.


회사의 태도는 익숙했다, 그리고 실망스러웠다

회사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오늘은 상견례일 뿐이다"
"자료 준비는 오래 걸릴 수 있다"
"교섭은 2~3주에 한 번이 적당하다"
"자료 중 대외비가 있으면 제공이 어렵다"

그리 낯설지 않았다.
예전과 말투만 바뀌었지,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마음에 걸린 건 이 말이었다.
“ER팀은 두 명뿐이라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담당하는 전담조직이라면서
노동조합의 기본자료 요구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업무에 대한 준비와 진정성이 부족한 것 아닐까.

혹시 업무 능력이 부족한 걸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자료요구는 이미 예견된 절차였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교섭에서 당연히 오갈 내용인데
그걸 "대외비"라며 거부하는 건 너무도 익숙한 핑계였다.


다시 깨닫는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단체협약 체결이 끝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회사는 대화의 형식은 받아들였지만,
내용에 대한 진정성은 여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지켜보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
회사가 진정성 없이 교섭을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그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말투가 아니라 태도다.

KakaoTalk_20250707_144317854.jpg 회사가 지정하는 복사골문화센터 5층 세미나실....도대체 왜? 여기만 고집할까?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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