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동자라는데, 정말 맞는 걸까?

2023년 4월 11일 – ‘권리수호운동’과 레미콘 운송노조의 민낯

by 기록하는노동자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일기입니다.


2023년 4월 11일, 노동조합의 ‘권리수호운동’이 시작되던 날을 회상하며 기록한 일기입니다. 당시 노동조합은 쟁의권을 확보한 뒤 준법투쟁에 돌입했고, 그 과정에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행태와 마주하게 됩니다. 같은 노동자라 믿었던 존재가 오히려 조합의 발목을 잡는 장면, 그 날의 충격과 씁쓸함을 담았습니다.


6개월 만에 쟁의권, ‘권리수호운동’의 출발

우리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회사는 결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 격렬한 저항 덕분에 우리는 6개월 만에 쟁의권을 확보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쟁의행위 이름은 ‘권리수호운동’.

노동자인 우리가 헌신과 희생으로 감내한 현실 속에서,
회사로부터 돌아온 건 더 깊은 희생과 헌신 요구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준법근무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세운 다섯 가지 투쟁노선

우리 노동조합은 설립 초기 다음 다섯 가지 투쟁노선을 분명히 세웠다.

1. 회사의 발전이 곧 본인의 발전이 될 수 있는 노동환경을 구축한다.

2. 건설현장과 레미콘운송사업자들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한다.

3. 조합원의 비현실적 처우와 부당한 지시, 부당해고, 인사상 불이익을 방지한다.

4. 소통과 합리적 사고로 회사와 상생하는 발전적이고 모범적인 모델을 만든다.

5. 사측과의 투쟁에서 비난이 아닌 대안과 결과로 보여준다.

그중 두 번째 항목에 명시했던 대상이 바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었다.

운송노조의 영향력과 구조적 기득권

그들은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를 만들었다.
24시간 출하가 가능하던 공장을 오전 8시~오후 5시로 제한했고,
주 6일 근무제를 주 5일로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10년 한 회전당 2만 원이던 운반비를, 2022년에는 6만 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레미콘믹서트럭은 건설기계로 분류되어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로 간주되며 법률상 노동자 지위는 논쟁 중이다.
법원은 그들의 조직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법원 판단 이전에 신고를 받아 만든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입장벽 높은 업계, 세습되는 기회

레미콘믹서트럭은 수급제한 업종이다.
2년에 한 번씩 정부가 사업자 번호판 추가 발급 여부를 검토하는데,
내 기억엔 늘 신규 진입은 금지 상태였다. 전국에 약 2만 대 남짓한 차량만 존재한다.

이 바닥은 아는 사람 없이 들어가기 어렵다.
시황이 좋아지면, 본인이 몰다가 아들·사위까지 끌어들인다.
치킨집 차리는 데 2억이 채 안 든다지만, 레미콘믹서트럭도 새 차로 시작하면 그만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치킨집은 누구나 프랜차이즈로 진입할 수 있다.
레미콘믹서는 소개 없이는 꿈도 못 꾼다.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다.

점심시간 하나 바꾸는 것도 투쟁이었다

그들은 늘 11시쯤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권리수호운동’의 일환으로 점심시간을 12시~13시로 정했다.
공장에서 쫓기듯 밥만 먹고 바로 투입됐던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주고 싶었다.

회사 입장에선 11시13시, 두 시간 출하가 멈추는 타격이 예상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운송노조였다.
그들은 곧바로 점심시간을 12시13시로 바꿨다.
이유는 단 하나.
“회전수 손해를 볼 수 없다.”

우리가 투쟁하든 말든, 그들의 회전수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책임은 지지 않고, 압박은 남에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생산된 레미콘을 받아
현장에 부어주는 것이 주요 업무다.
영업도 안 하고 품질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대기가 길어지면 공장장·팀장에게 따지고,
화가 나면 전화를 돌려 화풀이를 한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특정 현장에 운송을 거부하거나,
지역 단위로 동맹휴업을 벌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연대의 환상은 오늘 무너졌다

처음엔 우리도 그들이 ‘노동자’라 믿었다.
같은 처지라 생각했고, 연대를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가 투쟁을 시작하자
그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가장 노동자다운 척하던 그들이, 가장 사업주처럼 행동했다.
노조를 처음 만들면서 왜 그들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하겠다는 조항을 넣었는지,
오늘 다시 확신하게 됐다.

그들은 매년 5~10% 운송료 인상에 성공했다.
그 해 우리의 임금인상률은 고작 2%도 되지 않았다.

노동자로 연대할 대상이 맞는 걸까

노동자라면서,
우리가 만든 점심시간까지 빼앗아가고,
현장을 압박하고, 생산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군림하려는 그들.

정말 이들이 노동자로서 함께 연대해야 할 대상이 맞는 걸까?

씁쓸함에 또 하루의 기록을 남겨본다.

오늘도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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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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