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문을 두드리다

2023년 4월 24일 -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다

by 기록하는노동자

※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버티는 중입니다 위원장의 비밀일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일기입니다.


상급단체도 없이 ‘권리수호운동’을 시작한 우리는, 회사의 무대응과 노조 흔들기에 부딪히며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처음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을지로위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주민 의원에게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조합 간부들과 함께 국회에 발을 들인 날의 기록입니다.
국회 처음 들어간 날

국회는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늘 그 앞을 운전하며 지나가면서,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가 노동조합을 철저히 무시하고
어떤 요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국회만이, 제도만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을지로위원회’를 알게 되다

을지로위원회를 알게 된 건 그런 맥락이었다.

수많은 노사분쟁에 개입해온 기록을 보며,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박주민.

노동현장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움직여온 정치인이기에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결심은 현실이 되었다.

첫 메일, 그리고 빠른 답장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의원실에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정말 빠르게 회신이 왔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받은 부당노동행위 판정서도 함께 전달했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국회 일정을 잡았다.

네 명의 첫 방문

위원장인 나를 비롯해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넷이서 국회로 향했다.

우리 모두 국회를 처음 가보는 사람들이었다.

의원회관 입구에서 방문 절차를 밟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보며

여기가 정말 정치의 중심이라는 실감이 났다.

짧지만 진지했던 면담

그렇게 박주민 의원과의 짧은 면담이 시작됐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노조 설립 이후 회사의 철저한 무시와 방해,
어렵게 받아낸 부당노동행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법조차 무시되는 현실,
노동조합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데
우리는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
그리고 지금 우리가 진행 중인 ‘권리수호운동’까지.

외롭지 않다는 느낌

우리는 점점 작아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살 길이 열릴 것 같았다.

박주민 의원은 진지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고,
국회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약속보다 더 고마웠던 건
‘우리가 외롭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작은 안도, 그리고 연대의 시작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간부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의원이 민간회사의 노사분쟁에 직접 나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특히 현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 속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그럼에도 정치권이 우리의 존재와 목소리를 인식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끝까지 두드린다면

노동부, 노동위원회, 국회의원, 언론사, 동종업계 노동조합 등과 연대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오늘 처음,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상급단체도 없이 시작했던 싸움.
오늘의 만남은 외로운 투쟁에 처음으로 더해진 ‘연대의 온기’였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내게도, 이 만남은 ‘연대’라는 말의 무게를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계속 두드리고, 계속 외치면
언젠가는 누군가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거다.

지치지만 않으면 된다.
지치지만…

KakaoTalk_20250726_172921866.jpg 면담 종료 후 박주민의원과 기념촬영을 했다. 우리가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면담이었다.


이 기록은 단지 나의 하루가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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