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법원

법원에 소송3개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by 기록하는노동자
오심제라는 이름의 긴 싸움

흔히들 노동조합과 회사의 분쟁을 오심제라고 부른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이 모든 단계를 거쳐야 판결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은 중앙노동위원회 수준에서 종결된다.
하지만 조금만 규모 있는 회사라면, 최소 2~3년은 더 지연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법원행을 택한다.
그들에게 법적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 사건, 두 건으로 갈라지다

우리 노동조합은 2023년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7건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중 2건을 인정받고, 5건을 불인정 받았다.
2023년 5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회사는 인정된 부분에 대해 항소했고, 우리는 불인정된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법원으로 가면서 하나였던 사건이 두 개로 분리됐다.

그리고 첫 심판결과를 받은 지 1년 10개월 만인 2025년 1월,
회사는 항소심에서 패했고, 우리는 5건 중 1건을 추가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았다.
그러자 회사는 또 항소했다.

부당해고 사건, 선택과 집중의 아쉬움

나는 2023년 9월 부당해고를 당했고,
2023년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
2024년 4월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법원에 항소했고, 해고 후 1년 9개월, 첫 심판결과 후 1년 6개월 만인 2025년 6월
행정법원에서 부당해고임을 재확인했다.
회사는 항소 마감기한 직전인 7월 11일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병합돼 있었으나 기각됐다.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는데 부당해고는 맞지만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라는 판정이었다.

노동조합의 재정은 한정적이었기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하나의 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당노동행위 기각 부분은 항소하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건, 판결문에 기재된 징계사유 4가지 중 2가지가 노동조합 활동이었고,
법원도 그 사유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려사항, 법무비용

부당노동행위든 부당해고든 노동위원회 단계에서는 모든 사건을 병합해 하나로 취급한다.
그래도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무사를 선임하는 비용은 꾸준히 들어간다.

문제는 법원이다.
우리처럼 일부 인정·일부 기각된 경우, 사건이 나뉘어 각기 다른 재판부에 배당된다.
그러면 사건별로 변호사 선임 비용이 각각 발생한다.
행정법원 결과가 잘 나와도 회사가 항소하면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변호사비가 이어진다.

“재판에서 이기면 비용을 다 받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있다.
최종 확정판결이 나야 일부 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법정 상한선이 있어 전액 회수가 어렵다.
노동위원회에서 쓴 비용은 아예 청구도 불가능하다.

한 번에 들어가는 법무비용이 부담될 수 있으니 재정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목돈이 없다면 담당하는 노무법인, 법무법인과 잘 상의해본다면 방법이 생긴다.

두 번째 고려사항, 시간과의 싸움

노동법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 시간을 버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동조합이 무너지지 않도록 결속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 한 번 삐끗하면 단결력이 깨질 수 있다.
회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시간을 질질 끌며 법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본인들의 법적 권리를 운운하면서 말이다.

세 번째 고려사항, 적극적인 대외 연대

노동조합과 회사만의 분쟁으로 보면 안 된다.
노동조합이 겪는 부당한 일을 언론, 사회, 정치권에 알려야 한다.

회사는 그런 노동조합을 못마땅해하며 더 압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압박을 이겨내려면 더 적극적인 대외 연대가 필요하다.

언론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기울어진 노동법의 현실을 알리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해야 한다.
당장 바뀌진 않더라도, 그 기록은 하나씩 쌓여 노동조합의 든든한 우군이 된다.

처음엔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던 우리 노동조합을
이제는 많은 곳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기자와 국회의원 사무실,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주는 상급단체와 여러 노동조합들.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쌓이며 우리는 조금씩이지만 길고 긴 싸움에 주눅 들지 않고 맞서고 있다.

함께 버티는 싸움

회사와의 법적 분쟁은 혼자가 아니라 조합 전체가 재정과 시간을 쏟아붓는 싸움이다.
그래서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이유서, 답변서, 준비서면을 쓰고
한 줄 한 줄 기록을 챙겨준 센트럴노무법인, 법무법인 오월은
어려운 법적 다툼 속에서도 노동조합이 옳았음을 증명해줬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2년 넘게 기사를 써준 기자들은
세상에 우리의 판결을 묻고 기록으로 남겨준다.

정치권 역시 관심은 있지만,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한다.
회사의 프레임 씌우기와 외압을 생각하면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다.
기울어진 노동법의 현실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해달라는 것뿐이다.

끝까지 버티는 힘

회사와의 법적 다툼을 각오한 노동자·노동조합이라면
처음부터 장기전을 각오하는 것이 좋다.

항상 기록하고,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혼자 버티지 말고, 함께 버틸 동지를 찾아야 한다.
법적 다툼의 진짜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내 안의 포기다.

끝까지 버티며 연대하고 행동한다면 결국 이길 수 있다.
나도, 우리 노동조합도 반드시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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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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