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흔들리는 시기, 간부가 흔들리는 시기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조합원이 흔들리는 시기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사평가가 시작되는 11월부터 승진인사가 발표되는 2월까지가 그 시기다.
인사적체와 희망 고문
우리 회사는 현재 인사 적체가 심하다.
과장 10년 차는 수두룩하고, 차장 10년 차도 넘쳐난다.
대략 20여 년 전부터 막 과장을 달고 공장의 영업팀장을 하던 사람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그때 임원이던 분이 지금도 임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과장·차장은 넘쳐나는데
사원부터 대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존에 숙련되어가던 대리급 직원들은
충분하지 않은 보상과 승진에 대한 실망으로 회사를 떠난다.
신입사원은 들어오지만,
대리급 이상도 버티기 힘들어 떠나는 공장의 시스템을
누가 버틸 수 있을까.
본사는 그나마 덜한 편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서마다 10년 전보다 인력은 1.5배에서 2배 많아졌는데
일하는 모양새나 효율은 오히려 떨어진다.
가분수 조직 구조가 가진 한계점을 매일같이 체감하고 있다.
흔들림의 계절
이렇듯 혹시나 하는 희망에 흔들리는 시기에는 우리도 긴장하게 된다.
2022년 11월에는 그래도 이탈자가 많지는 않았다.
2023년 11월에는 권리수호운동의 여파도 있어 다소 흔들렸다.
2024년 11월에는 단단히 결속된 모습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살짝 흔들리는 동지들이 있었다.
이외에 조합원이 흔들리는 또 다른 시기는 공장의 팀장이나 품질실장 자리가 비었을 때다.
우리 회사에는 확대간부라는 그룹이 있다.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장장 이상, 본사 팀장 이상, 그리고 임원급이 그 대상이다.
공장의 팀장이나 품질실장은 그 대상이 아니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공장 팀장이나 품질실장도 조합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차 인사평가자이고 연차 사용 승인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 노동조합은 그렇게 보지 않아 거절했고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부분을 회사에 내줘야 했다.
영업팀이 팀장 혼자인 공장도 있고 팀장을 포함해 2명인 공장도 있다.
공장장이 아닌 이상 인사평가나 승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저 관리의 효율성을 위한 보조적 관리자 역할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가 비면 차장급 조합원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노동조합은 현재
공장의 팀장이나 품질실장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도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상컨대 앞으로 3년 정도만 지나면 그들 대부분이 조합원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흔들릴 동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부의 흔들림과 회복
그렇다면 간부들은 언제 흔들릴까?
의욕적으로 회사와 분쟁을 시작했지만 회사의 무대응에 무력감을 느낄 때,
노동위원회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또는 노동조합 내부 운영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깊어졌을 때.
그럴 때 간부들도 흔들린다.
다만 회복은 빠르다.
아무래도 일반 조합원보다 조직에 대한 참여도와 관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싸움은 짧지 않다.
누구든 흔들릴 수 있고, 흔들리다가도 돌아온다.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건너고 있다.
더 단단한 겨울을 기대하며
우리 노동조합은 이제 기초를 다진 시간을 지나
골조를 세우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관여층을 조금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흔들리는 시기가 곧 다가오지만
이번 겨울은 조금 더 단단한 연대를 느낄 것이라 기대하고,
조금 더 나은 보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준비하고, 다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다.
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