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시설에서 지내면서도
그만큼 시설에 같이 있던 친구들과 언니들, 동생들과는 좀 더 끈끈해진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물론, 볼 수 있는 게 우리밖에 없기도 했고요.
근데 이런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학교에서 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힘들었어요. 한창 학교 끝나고 노래방 가고, 주말에 놀러 다니고 할 나이인데 그런 걸 하도 못 하게 하니까 친구들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죠.
맨날 사랑의 열매 차에서 애들이 단체로 내리고 단체로 타고 가고... 이상하게 생각했겠죠.
그래도 열심히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왕따도 당했지만, 2학년 3학년 때는 우여곡절 끝에 잘 지냈어요.
고등학교 때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잘 지낸 편이었고요. 특히, 중학교 때 공부를 아예 안 하다가 암기 과목들만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도 올리고, 학교 무슨 대회(미래 일기 쓰기 같은 다들 안 하는 걸 노렸어요)에도 열심히 해서 내신을 올리긴 했어요.
물론, 기존에 못 했던 게 있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한정적이긴 했지만요.
근데 저랑 동갑인 친구 두 명이 저보다 성적이 안 좋아서 갈 수 있는 학교가 딱 하나 있었어요. 그 지역에 하나 있어서 "너만 혼자 다른 학교 가면 안 되니까 같이 가라"라고 해서 그 학교로 갔죠.
그 학교가 진짜 조금 질이 나쁜 애들도 많았는데, 종합고등학교라서 특성화랑 인문계, 체육이 다 같이 있었던 거죠.
저는 특성화로 갔어요. 어차피 졸업하면 대학이나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취업이 잘 된다고 했던 상업과로 갔어요. 저랑 친구 한 명도 같은 과로 갔고, 나머지 한 명은 공업 쪽 디자인과로 갔고요.
근데 제가 앞서 말했듯이 나름 공부 머리는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학교가 하도 다 알려주면서 시험도 쉽게 내주니까 그냥 학교 수업만 잘 들어도 1등 하더라고요. 물론 정말 집중해서 기초부터 하나씩 하고 모르는 것 있을 때 물어보기도 했고 필기도 열심히 했죠.
그렇게 중학교 때랑은 다르게 고등학교는 3년 내내 1등을 했었어요. 물론 과에서 1등이긴 했지만, 특성화 내에서도 저는 손꼽히는 1등이었죠.(당시에 절 칭찬해주고 싶네요.. 하하)
당시 고등학교 학생회를 대부분 인문계 애들이 하는데, 2학년 때 저한테 전교 부회장을 같이 하자며 제안이 왔어요. 물론 인문계+특성화 조합인 저희가 당선이 되었답니다~
그때 당시 학교 내에서 전교 부회장도 하고 1등도 하고 선생님들도 되게 좋아하셨죠. 물론 연애도 열심히 하기도 했답니다. 후후
그렇게 학교는 저에게 단순한 의무가 아닌, 저의 존재를 증명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주었어요.
학교에서도 정말 여러 사건 사고도 많았었지만,
고등학교 3년 내내 1등을 하고 전교 부회장까지 하면서 시설 내에서도 제 위치가 달라졌죠.
다 같이 의논할 일 있을 때 제 이야기를 듣고 시설 엄마도 '예감이가 이렇게 많이 컸을 줄 몰랐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시설 원장님을 엄마, 원장님 남편을 아빠, 선생님들을 삼촌, 숙모, 이모라고 불렀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제가 아니었어요. 어느덧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 저만의 생각과 꿈을 키우게 됐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이 다가오면서,
저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해야 했어요.
제가 꿈꾸는 미래와 시설 어른들의 기대, 그리고 저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된 거죠.
과연 저는 제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시설에서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요?
다음장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