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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둘러싼 싸움

by 예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바로 위에 언니들이 나가서 제가 제일 큰 애가 됐어요.


이것저것 많이 챙기기도 했고, 제가 이끄는 것도 많았죠. 그래서 그런지 더 답답했던 것도 있었어요.


원래 같으면 고3 때는 취업을 해서 빨리 돈을 벌 생각이었는데, 저랑 동갑인 친구 두 명과 함께 앞으로 취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대학을 갈 것도 아니라 진로의 고민이 컸어요.


바로 위에 언니 중에 한 명은 간호학과를 갔는데, 그 공부 잘하는 언니였죠. 그 영향인지 시설 엄마가 우리 셋 보고 취업 잘 되는 간호조무사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학원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나 봐요. 그래서 학교 끝나고 저녁 반으로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고 있었죠.


그러던 중 학교에서는 제가 성적이 좋으니까 "그러면 간호대를 가라", "성적이 좋은데 대학교를 가보는 건 어떠냐", "네가 가고 싶은 걸 해라", "간호조무사도 좋은데 그것 말고도 대학 가는 거 포기하지 말고 해 봐라"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사실 저도 이렇게 공부를 하고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가보고 싶었죠. 그래서 학교에서 그렇게 말을 하니까 시설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네가 그런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건 특성화라서 그러는 거고, 인문계에서도 열심히 해가지고 간호학과 가는데 네가 갈 수 있겠냐"라고 욕을 엄청 먹었어요.


진짜 다들 막 설득하고, 전 원서라도 넣고 싶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욕을 진짜 많이 먹었었죠.

결국 저보고 원서 넣고 싶으면 간호조무사 학원 그만두고 혼자서 대학을 준비하라고 그랬어요.


진짜... 그러면서 저는 간호학과가 아니라 원하는 진로가 있으니 다른 학과이야기를 했는데, 시설 엄마는 네가 간호학과 간다고 해서 그만두니까 다른 과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무조건 다른 학과 말고 간호학과만 가라고... 진짜 엄청 울고 속상했어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저도 대학을 가보고 싶었고, 솔직히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국가장학금도 나온다고 그랬으니까 등록금 걱정도 없었고요. 대학생은 시설 연장이 되니까 여기서 계속 다니고 싶었던 건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진짜 속상했던 거죠.


그러면서 저는 혼자 집에 오고... 친구들은 다 학원 가고 여름 방학 때에부터 2학기에는 애들 간호조무사 실습 가고 그랬었거든요. 그럼 제가 집에 있으니 어른들은 애들이랑 저만 두고서 나갔다 오고 해서 제가 애들을 돌봐야 했어요.


당시 방학 때 제 본가에 갔다 오고 남은 기간에는 그렇게 하고, 주말에도 그런 식으로 하고... 대부분 많이 그랬죠.



그러다가 드디어 원서 수시 넣고 다 했는데, 그 당시 보건대 유명한 데다가 원서를 넣었죠.


그때 하필 원가정에서 용돈 받은 거를 제가 몰래 쓰고 있었는데 딱 걸려가지고 카드 뺏기고 했었는데, 그게 원서비 낼 시기랑 겹쳐가지고 원서비 달라고 했다가 욕도 먹고... 나중에 보니까 원서비라고 따로 낼 수 있는데, 그거 갖고 엄청 욕을 먹고 네 용돈에서 나간 거 다 했다고... 또 그것도 지원금 그런 거 들어온 거에서 하는 거라고... 어쨌든 문제가 참 많았죠.


그러던 중 당시 저희 고등학교랑 자매결연 맺은 대학교가 왔었는데, 대학홍보하면서 무료로 원서 쓰라고 해서 애들이 쓴 거죠.


그러면서 시설 친구 한 명이 원서를 접수한 거예요. 그런데 그 대학교 원서를 쓰는데, 보호자 연락처 이런 거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걸 그 친구가 시설 엄마 번호로 적어 놓은 거예요. 보호자라고 돼 있으니까요.. 심지어 간호학과로 원서를 넣은 거죠.


이 예상치 못한 원서 접수 사건은 제 진로를 둘러싼 상황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어요.


시설 어른들의 기대와 제가 원하는 길 사이에서 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싸워야 했죠. 대학 진학을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깊어졌고, 저는 제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시설에서의 마지막 시간은 다가오는데, 과연 저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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