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그렇게 수시 접수 끝나고, 이제 수시 결과 발표만 남았죠.
근데 제가 그 보건대 간호학과가 된 거예요...
그 합격 소식에 시설 엄마, 원장님이 신이 나셨어요.
이곳저곳 자랑을 하고 다니셨죠.
근데 이게 끝이 아니라, 아까 말했던 자매결연 맺은 학교에 원서 넣은 친구가 그 간호학과에 된 게 원장 엄마 번호로 알림이 온 거예요.
합격했다고... 그래가지고 더 난리가 난 거예요.
갑자기 "이건 운명이다! 너희다 간호학과 가라는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면서 그 원서 언제 썼냐고 학교 와서 이런 식으로 했다 얘길 했더니 나머지 한 명 친구까지 수시 2차로 접수하라고 하셨죠..
"너희가 성적이 거기서 받은 게 너무 잘 나오네" 하면서요. 그 친구는 가기 싫었는데 억지로 2차 접수를 했는데, 그 친구가 싹 다 된 거예요.
3명이 다 간호학과…
근데 그 친구들은 아까 말했던 지방 학교 자매결연 맺은 대학교로 간 거고, 저만 수도권에 있는 보건대 간호학과를 간 거죠.
그러니까 원장님이 신이 나가지고 자랑을 하고 다니시는 거예요. "내가 이번에 바로 위에 언니도 간호학과를 보냈는데, 이번에 세 명을 간호학과를 보낸다!" 애들 학비랑 이런 거 생각하면 참 힘들다.. 어떻게 도와달라고 내세운 게 저였던 거예요..
유명한 보건대에 갔다고. 다른 애들은 학교는 대충 말하고 말고..
제 대학을 내세우고 제 앞으로 장학금도 받았는데, 전 그 돈 구경도 못했어요…
졸업식 때도 제가 표창으로 장학금 50만 원 받은 것도 갖고 오라고 해서 그 돈도 다 갖다 주고... 그 돈으로 애들 밥 사주라고 하면서.. 본인이 가져가시고..
진짜 그렇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서, 제가 대학 붙고 나니까 태도가 싹 바뀌었던 거죠.
그러니 제가 졸업하자마자 시설을 나가겠다고 했었어요.
고3 12월부터 알바도 하면서 제가 용돈 다 벌었는데, 알바 쉬는 날은 애들 돌보고 한 번은 알바 간다고 했다 놀러 간 게 걸려서 나가라고 혼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가 졸업하고 나면 나가겠다고 했죠. 근데 그렇게 나가라고 해서 나가겠다고 했는데, 알겠다고 하고서는 그대로 저를 8개월을 이리저리 애들 관리하는 데 쓰고...
다른 친구들은 기숙사 생활 하니까 저만 시설에서 학교 통학하고... 거기서 편도 2시간 걸리니까 진짜 힘들었어요..
힘들어하면 주말에 좀 쉬고 오라며 제가 외출 신청 직접 쓰고 본가 간다고 해서 본가 가거나 아니면 친구 집에서 자거나 했죠. 진짜 안 그랬으면 그때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렇게 하다가 갑자기 20살 8월에 결국 내보내주더라고요. 하도 제가 나가겠다 나가겠다 말한 것도 있었고, 다 큰 애를 잡아 갖고 있기도 힘들었던 거죠. 그리고 새로운 애들도 들어와야 되니까요.
그리고 애들 돌볼 어른도 있으니 제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근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내보내긴 했던 거는 조금 웃기긴 한데, 그 당시 미니 캐리어 하나랑 박스 두 개, 가방 하나 들고 나왔었어요. 진짜 거기에 제 사계절 옷, 책, 물건이 다 있던 거죠.. 그 정도면 진짜 버려진 거 아니냐 싶을 정도였죠.
그나마 다행인 거는 동생은 시설에 잘 있었으니까 다행이긴 했었어요. 오히려 저만 나온 게 미안할 정도로 당시 시설이 그렇게 힘들었네요..
그나마 또 남동생이어서 다행이었죠. 남자 시설에 같이 있었는데 남자 시설은 조금 더 여자 시설보다 나았거든요. 원장이 여자니까 우리랑 같이 있었던 것도 있고요.. 하하
그렇게 저는 단출한 짐을 들고 시설의 문을 나섰어요. 끔찍했던 집에서 벗어나 도착했던 '또 다른 세상', 그곳에서의 시간들도 순탄치만은 않았죠.
겉으로는 안전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돈 문제부터 정서적 학대까지,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가득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란 안도감으로 버티며 살았던 거죠..
비록 시설에서의 삶은 저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동시에 배움을 안겨준 곳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진짜 '혼자' 세상 밖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거예요.
손에 쥔 것은 몇 안 되는 짐과 막막함뿐이었어요.
과연 저는 이 넓고 낯선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저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다음 장에서는 시설 퇴소 후,
진짜 '혼자' 마주한 세상과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들려드리며 2장을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