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하세요!"
길을 걸어가는데 한 여성이 나를 가로막더니 소리친다.
"네에, 뭘요?"
내가 황당해서 반문했더니...
" 방금 날 쳐다봤잖아요?"
" 헐 ~쳐다본 것도 죄입니까?"
"성추행이에요. 경찰에 고발하겠어요."
그녀가 112를 누르려한다.
" 잠깐!"
내가 제지하자,
"할 말 있나요?"
그녀가 나를 본다.
" 내가 쳐다본 게 죄라면..."
내가 머뭇거리자,
"죄라면, 뭐요?"
그녀가 반문한다.
" 당신이 예쁜 건 더 큰 죄요. 당신이 예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쳐다보지 않았을 테니... 안 그렇소?"
나의 이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전화기를 내린다.
그녀가 아무 일 없었던 듯 자리를 뜨자 나는 한숨을 쉬고 혼자 중얼거렸다.
" 예쁘든 안 예쁘든 쳐다보기만 해도 신고감이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다."
가을이 오렸는지 바람이 훈훈하다. 저만치서 어떤 여인이 또 오고 있다.
' 쳐다보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을 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