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쳐다본 죄

by 남상봉

" 사과하세요!"

길을 걸어가는데 한 여성이 나를 가로막더니 소리친다.

"네에, 뭘요?"

내가 황당해서 반문했더니...

" 방금 날 쳐다봤잖아요?"

" 헐 ~쳐다본 것도 죄입니까?"

"성추행이에요. 경찰에 고발하겠어요."

그녀가 112를 누르려한다.

" 잠깐!"

내가 제지하자,

"할 말 있나요?"

그녀가 나를 본다.


" 내가 쳐다본 게 죄라면..."

내가 머뭇거리자,

"죄라면, 뭐요?"

그녀가 반문한다.


" 당신이 예쁜 건 더 큰 죄요. 당신이 예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쳐다보지 않았을 테니... 안 그렇소?"


나의 이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전화기를 내린다.

그녀가 아무 일 없었던 듯 자리를 뜨자 나는 한숨을 쉬고 혼자 중얼거렸다.


" 예쁘든 안 예쁘든 쳐다보기만 해도 신고감이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다."


가을이 오렸는지 바람이 훈훈하다. 저만치서 어떤 여인이 또 오고 있다.


' 쳐다보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을 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진다.

keyword
이전 06화등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