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TOP 빌딩 로비 안, 세 명의 여자가 정장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평화롭던 오후였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로비는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직원들, 점심을 향해 나서는 사람들,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외부 방문객과 배달원까지,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그러나 회전문 밖에서 들려온 흰색 스포츠카의 거친 배기음이 로비의 모든 시선을 빼앗았다. 차에서 내린 것은 정장 차림의 노년 여성, 그 뒤를 따르는 중년 여성과 청년 여성이었다. 이들은 빌딩 안으로 들어서더니 주저 없이 로비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스마트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여자는 어디 하나 기죽은 기색 없이 당당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한편, 고층 회장실에서 최 회장은 사업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몇 번이나 요청한 미팅이 거절당하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신 회장이란 사람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미팅 요청을 계속 거절하는 거야?”
비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계속 사업을 추진할까요?”
“해야지. 그 양반이 밑바닥부터 시작해 미국계 대물이 됐다잖아. 이쯤에서 물러설 내가 아니지.”
이후 비서가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최 회장은 어제 일에 대해 물었다.
“어제 일은 어떻게 됐나? 그 아이 부모는 연락됐어?”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고 합니다.”
최 회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자기 자식이 내 아들을 때렸는데, 별 말이 없었다고? 무릎 꿇고 사과해야 내가 고소를 취하한다고 전했잖아! 요새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돈 없으면 폭력부터 휘두르는 게 문제야.”
전학생 혜정의 첫날, 반 아이들은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중 대장격인 형서가 불쾌한 말로 혜정을 도발했다.
“미국에서 남자 많았겠다? 남자애들은 어때? 할만 해?”
앞자리 반장이 나섰지만, 형서는 반장의 뺨을 때리고 조롱했다.
“너는 공부나 해. 반장질 하려 들지 말고.”
반장은 이에 굴하지 않았지만, 형서는 손찌검하려 들었다. 그 순간, 혜정이 형서를 옆구리로 차며 바닥에 눕혔다.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나이만 먹는다고 고등 수업 듣는 거 아니야. 초등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겠어.”
이 사건으로 셋은 교무실로 불려갔고, 학교 측은 부모를 소환했다. 형서의 아버지 최 회장은 혜정의 부모가 연락되지 않자 더욱 흥분하며 무례한 말을 퍼부었다.
“부모가 없나? 보호자도 없으면서 감히 내 아들을 때려?”
혜정의 가족은 결국 사건을 알게 되었고, 최 회장에게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세 여자는 TOP 빌딩 로비에 등장해 무릎을 꿇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최 회장은 화를 내며 로비로 내려왔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노년 여성이 대답했다.
“제 손녀가 회장님의 아들을 때렸다고 들었습니다. 찾아와 무릎 꿇으라 하셨다기에 왔습니다.”
최 회장은 비웃으며 말했다.
“온 가족이 다 와서 이러고 있습니까? 올라오지 왜 여기서 무릎을 꿇어요?”
노인은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진행하려는 그 사업,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손녀는 당신이 함부로 대할 아이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은 존귀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최 회장이 어이없어하자, 노인은 명함을 내밀며 일어섰다.
“고소는 취하하세요. 이걸로 마지막 충고입니다.”
세 여자는 우아하게 자리를 떠났다. 명함을 확인한 최 회장은 급히 뒤따라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신 회장님,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신 회장은 단호히 말했다.
“모든 사람을 존중하세요. 그것만이 당신을 살릴 길입니다.”
그녀는 스포츠카를 타고 떠났다. 로비에 남은 최 회장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으며 흰색 스포츠카가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