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작은 실천으로 삶과 환경을 변화시키다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쓰레기 하나
지나치면 아무 일도 없지
하지만, 몸을 낮춰 줍는 순간
그 움직임으로 하루는 변한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차가운 바람에도 우리는 가야 한다
어제보다 조금 선명해진 길
어제보다 조금 가벼운 걸음으로
변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대 손끝에서 시작되므로
어제보다 선명해진 그 길을
우리는 반복하여 달려야 한다
플로깅, 작은 실천으로 삶과 환경을 변화시키다
플로깅(plogging)은 조깅과 쓰레기 줍기를 결합한 활동으로 환경 보호와 개인의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유용한 활동입니다. 지구 반대편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이 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건 2019년 아름다운 가곡리(佳谷里, 원주기업도시)로 이주하고부터입니다.
처음부터 환경을 위해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지나는 길을 깨끗하게 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습관이 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주변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게 건 10여 년 전입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뒤져 기억을 되살려 보면 그날은 2013년 영월 동강축제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축제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으로 늦은 밤까지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행사장으로 아침 운동을 나간 저는 다양하게 버려진 쓰레기들을 목격하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오랜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당일 행사장을 찾을 약속이 있는 터라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문득 ‘내가 이걸 치우면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관광객들도 깨끗한 환경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이라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부끄러움은 적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군수님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행사장 정리를 위해 나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간단한 눈인사와 함께 청소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에 안개가 걷히고 사람들의 머문 흔적이 사라질 때쯤 군청 일행은 아침 식사를 함께하길 권했고, 저는 그 식사 자리에서 뜻밖의 격려를 받으며 우리의 주변 환경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등산이나 여행을 떠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플로깅을 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가 모인 모습을 볼 때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 떠올랐습니다. 이 법칙은 공공장소에서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이론으로, 1982년 사회학자 조지 케일링과 제임스 윌슨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작은 범죄나 사회적 무질서를 방치할 경우, 그것이 더 큰 범죄나 무질서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 이론을 쓰레기 문제와 연결해 보았습니다. '작은 쓰레기를 방치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버릴 것이고, 깨끗한 공간을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2019년 새로 개발된 원주 기업도시로 이주한 후, 아름답고 깨끗한 공원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며 플로깅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특히, 달리는 중간중간 쓰레기를 줍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런지(Lunge)와 스쿼트(Squat) 동작이 반복되었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결합된 최적의 운동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과체중이었던 몸은 정상 체중으로 바뀌었고, 하체 근력도 향상되는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플로깅은 단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넘어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는 하는 나 자신을 위한 습관이 된 것입니다.
테레사 효과, 내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다.
매일 아침 플로깅을 하다 보니, 어느새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달리기만 할 때는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었지만, 플로깅을 하는 날에는 몇몇 분이 웃으며 말을 걸어오거나 함께 쓰레기를 주워주시기도 했습니다.
“항상 수고하시네요.”
“덕분에 길이 깨끗해서 좋습니다.”
“저도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묘한 보람과 함께 활력이 느껴집니다. '마더 테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란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플로깅을 하며 건강도 좋아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런 작은 변화가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테레사 효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로깅이 단순한 사회 봉사 활동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증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이웃에게 알리고 싶어 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GdExQgbeBLI
유튜브 '닥터플로',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
그래서 '닥터플로'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인들과 공유하는 재미로 시작해 삶의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취미였지만, 이를 보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공감과 격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어 동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쓴 시를 AI를 통해 노래로 만들어 배경음악으로 넣는 등 새로운 습관도 함께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한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가능한 혼자 하는 플로깅도 좋았지만, 매일 새롭게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며 함께할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직장 동호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올해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는 주변 동료들을 모아 동호회 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다행히 선정되어 오는 4월부터는 ‘섬강 푸른 교실’이란 이름으로 플로깅과 학습을 결합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앞으로는 원주시 전역으로 구역을 확대하여 체계적인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함께하면 더 넓은 지역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일을 배움을 실천하며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동료들이 생긴 것입니다.
플로깅을 하면서 제 주변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낍니다. 새벽에 길을 나설 때 만나는 분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이 아닙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플로깅은 이웃과 소통하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 방법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매일 플로깅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섬강 푸른 교실 운영 안내
□ 목적: 자기 계발(체력증진)과 봉사활동을 일상화하여 건전한 공직 생활 향유
□ 운영기간: 2025년 3월 ~ 12월
□ 활동시간: 매주 토요일 오전 7:00 ~ 9:00
□ 활동내용: 러닝(스포츠), 플로깅(봉사) 활동, 환경 관련 토의(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