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봉을 찾아서
1. 첫번째 이야기.
렐리스포츠 챌린지
이게임은 흔한 자동차레이싱게임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게임의 특별한 기능이있다면 고스트기능이있는데 일종의 라이벌모드라고 보면될듯하다.
최고기록을 갱신한차가있으면 그 차가 트랙위에 나와서 플레이어와 같이 질주를 하게된다. 고스트모드로 플레이하면 기록갱신을 했던 고스트차를 보면서 따라갈수있게되고 그 고스트차를 추월해서 이기게되면 새로운 기록이 갱신되고 새롭게 갱신된 기록이 다시 고스트차가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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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00WARTHERAPY00' 라는 닉네임을 쓰고있는 한 유저가 사연을 하나 올리게된다.
"안녕, 내가 4살때, 아버지가 XBOX게임기를 사왔어, 그래 그 무식하게 커다랗고 네모난 게임기말이야.
아버지와 나는 이게임기로 정말 많은게임을 함께 했었어. 아버지와 하는게임은 행복 했어.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진 못했어. 내가 6살이 되던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그후 나는 충격에 이 XBOX 게임기를 구석에 박아두고 10년동안 손대지 않았어.
그러다가 문득 그게임을 다시 켜보게 되었어.
그리고 알게된게 있었어.
나는 아버지와 랠리 스포츠 챌린지 라는 게임을 함께 자주 플레이했었어. 자주 했던만큼 나에겐 즐거운 게임이였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게임이였지.
추억에 젖어서 그 게임을 자연스럽게 다시 해보게되었고 어떤 트랙에 들어섰을때 나는 나는 놀랍고 슬픈마음에 눈물이 나고말았어.
그게임속 트랙에 아버지가 있었던거야.
너희들도 알겠지만 랠리스포츠 챌린지는 게임에서 최고기록을 갱신하면 갱신한차의 주행영상이 고스트차로 기록되어 게임을 할때 같이 경쟁을하며 트랙을 질주하잖아. 10년전 최고기록을 갱신했던 차는 다름아닌 아버지 차의 기록이였고 아버지차가 고스트차로 기록되어 그 트랙을 계속해서 달리고있었던거야.
10년이 지난뒤에도 달려가고있는 아버지의 고스트는 정말빨랐어.
나는 아버지를 이기기위해 계속 해서 도전했고 아버지의 고스트를 따라잡을때까지 계속해서 달리고 또달렸어. 10년전 아버지와함께 나는 계속 달렸어.
결국엔 나는 아버지를 추월했고 선두를 따냈지. 이제 결승선이 코앞이야.
하지만 나는 결승선 앞에서 멈춰섰어.
나는 차마 아버지의 고스트를 지울수가없었어.
아버지와 달리는 그순간이 나는 너무행복했어.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아버지와 같이 이 트랙을 달리겠지만 난 항상 2등일거야.
그래도 이렇게나마 아버지를 볼수있어서 너무 좋고 기뻐 "
- 실제 사연
두번째 이야기.
라그나로크
우리나라 게임인 라그나로크는 귀여운캐릭터와 다양한 직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마 30대중반이후 부턴 게임 좀했다고 하시는 분들은 라그나로크를 모를수가없을정도로 유명했었다.
한창 라그나로크가 인기가 많았던무렵 게임게시판에 한 사연이 올라오게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그나로크가 오픈베타를 시작할무렵 여러가지직업이 있고 귀여운 디자인에 이끌려 게임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제가 고른건 상인이였어요.
물건을 사고 팔수있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할수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였죠.
하지만 남들은 벌써 레벨이 30~40 넘어가는데 저는 이제 겨우 20대후반..
그래도 물약하나 고구마 하나 팔면서 저에게 전해주는 사람들의 따스한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웠죠.
그렇게 저는 천천히 레벨을 올려갔어요.
제친구들이 게임을 그만두고 접을때도 저는 남아서 게임을 즐겼어요.
다른게임과는 다르게 라그나로크 귀여운캐릭터 그리고 상인이라는 제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웃으며 담소나누는 그런 몽글몽글한기분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다가 라그나로크에서 상인에서 그위로 한번더 전직을 하게되면 주는 직업인 블랙스미스 라는것이 나왔어요. 그때 저는 뛸듯이 기뻤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내가직접 무기를 만들어서 플레이어들에게 줄수있었어요. 그리고 내가 만든 무기엔 내 닉네임이 찍혀서 나온다는생각에 흥분이 가라앉지않았어요.
정말 상인을 하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에 쭈그리고앉아서 느린 카트를 끌며 힘들었던 시절을지나서
이제는 포장마차를 끌며 멋진 옷을입고있는 제 캐릭터를 보며 또하나의 나를 보았습니다.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내게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준 라그나로크..
사실은 제가 일생일대의 중요한도박을해야합니다.
병으로 병실에서 라그나로크를 항상 즐기고있었거든요.
이제 며칠후면 수술대에올라야해요.
아마 제 캐릭터는 운이라는 능력치가 높아서 잘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같이 게임을 했던 길드 사람들 그리고 저를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에서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고 같은길드에 소속되어있는 길드원 오빠 언니들이 직접 제 병실에 찾아와서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나오기도했어요.
그분들이 한낱게임에 불과한게 이렇게 사람을 이어준다고 말했던게 기억이나네요.
수술 성공률은 30%라고 해요.
하지만 말했듯이 제 캐릭터의 운 능력치는 좋답니다. 잘될거에요 ^^
수술후에 웃는 얼굴로 다시 보게 될거에요.
그럼 다시 만나요 !
그리고 며칠뒤 게시판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게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위 글을 쓴 사람의 길드마스터입니다.
수술대에 오르기전에 이 글을 썼던 길드원은 5월 11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이 아이는 자신의캐릭터 레벨99를 만들지 못하고 갔습니다.
아니.. 만들지 않았겠군요.
자신도 캐릭도 끝에 다다르기 싫었으니 말이죠.
이 아이의 장례식날 게임이라는 가상의 현실뒤에 있었던 작은 아이를 잊지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작 17살 주제에...
이렇게 먼저 가는군요.
저희 길드에는 아직도 그 아이의 캐릭터가 길드에 남아있습니다.
저 역시 그 아이가 전직을 달성하던날 웃으며 저에게 자신의닉네임이 붙은 무기를 가지고 여지껏 사냥도하고 잘 가지고 다니고있습니다.
현실에선 병과싸우며 많이 힘들었을텐데 게임에서는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그아이.
그아이에게 못했던 말을 적어볼까합니다.
'우린 아직도 널 사랑하고있단다.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지내렴.
그리고 우리가 다시만난다면 웃는얼굴로.. 슬픈얼굴짓지말고..'
길드장의 게시글이후 많은 라그나로크유저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애도하였고
그리고..
그 길드원의 글이 하나 더 올라오게된다.
안녕하세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된다는데 여러분들이 이렇게 까지 많은 애도를 해주시니
그아이는 분명 천국으로 갔을겁니다..
끝으로 많은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그아이의 캐릭터이름은
'달빛이 머무르는 꽃'
입니다.
게임은 어찌보면 한사람한사람의 어릴적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지나서 어릴때해보았던 그게임을 다시 실행시켜보면 정겨운 게임 음악과함께 어릴적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아버지와 즐겁게 같이했던 기억. 병으로인해 게임속에서만이라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즐겁게 노닐다 달로 돌아가 꽃이되어버린 소녀의 이야기 등등.
게임은 많은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 에서 '빙봉' 이라는 캐릭터가나온다.
이 빙봉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인 애일리가 3살때 같이 놀기위해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다.
그리고 애일리가 성장하며 그 상상속의 빙봉은 점차 사라지게되고 잊혀지게된다.
우리에게도 각자 자신만의 '빙봉' 이 존재했을것이다.
하지만 성인이된 지금 우리의 빙봉은 죽지않았고 아직 게임안에서 살아숨쉬고있을것이다.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 던전앤파이터등등 여러 오래된 게임안에는 어릴적 만들어둔 캐릭터가 아직 숨쉬고있을것이고 비록 온라인게임뿐만아니라 어떤게임이던 어릴적해보았던 게임을 켜는순간 정겨운 음악과 함께 인트로가 올라오는순간 잊혀졌던 빙봉이 다시 등장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인사해줄것이다.
"캬 ~ ~"
여러분들의 빙봉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