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OH Oct 21. 2024

제1세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네 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저와 함께 넉 달간 ‘기억하는 미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볼까요? 저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닥터 김경열이라고 합니다. 여기 오기 전에도 저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계신 이 자리는 무려 삼백 대 일의 경쟁률을 거치고 오신 자리니까요! 그럼, 제 왼쪽에 계신 분부터 시작할까요?     


 김경열 박사의 왼쪽에 앉아있던 정현은 깜짝 놀랐다. 보통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나? 그래서 나는 맨 마지막이겠지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던 정현은 갑작스러운 김 박사의 지명을 받고 당황하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저는 안정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끝내고 고개를 꾸벅 숙인 정현은 김 박사를 쳐다보았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너무 짧나? 왜 하필이면 내가 먼저 걸려서… 아, 어색해! 정현을 바라보던 김 박사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그냥 미소만 지었다.      


 예, 저희가 앞으로 알아갈 날은 많으니까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진행해 보지요! 그럼, 계속해서 옆에 계신 남자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여러분이 경쟁률도 경쟁률이지만, 넉 달에 삼백만 원이면 사실 적지 않은 돈인데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시게 된 동기도 좀 함께 나누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용광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진즉에 박사님 알고 있었고요, 박사님께서 하신 강의에도 여러 번 직접 가봤습니다. 유튜브 하시는 것도 거의 매번 보고 있어요! 사실 들으면서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렇게 박사님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이 자리에 오게 되어서 기쁩니다. 당연히 저는 박사님 같은 삶을 살고 싶어서 왔어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박사님이라서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김용광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이는 삼십 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젊었을 적 여드름이 많이 났던 모양인지 피부가 여기저기 얽혀있었다. 그러나 눈빛은 형형했고 저음이지만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정현은 김용광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사람 목소리는 귀에 딱딱 꽂혀서 강사를 하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시구나. 영광입니다. 김용광 씨. 앞으로 김용광 씨의 좋은 질문들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김용광 씨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다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앞으로의 네 달간의 여정을 통해서 몸소 체험하실 것입니다. 자, 그럼, 우리, 아무래도 막내 같은데요? 옆에 계신 분 계속해서 자기소개 해 볼까요?     


“안녕하세요오.. 저는 지금 석사과정 준비 중인 서수지라고 합니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사실 엄마가 권했구요.. 제가 매번 계획만 세우고 흐지부지 끝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엄마가 이 과정 듣고 좀 개과천선해 오라고 하셨어요.. 헤헤, 잘 부탁드립니다!”     


 서수지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 피부가 하얗고 맑아서 그런지 대학교 신입생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귀염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났다. 정현은 저것이 젊음의 힘인가, 아니면 서수지의 힘인가 궁금했다. 동시에 석사면 석사지, 석사과정 준비는 또 뭔가, 집에서 결국 논다는 소리인가, 노는 아이한테 삼백만 원 자기 계발이라니 집에 여유가 많구나 싶었다. 동시에 이 과정을 오기 위해 육 개월간 부었던 적금을 깼어야 하는 자기 신세가 생각나서 서글퍼졌다.     


아, 그렇군요, 우리 수지 씨! 엄마 말씀대로 사 개월 후에는 확연히 달라지실 것이라 믿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분이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1, 고1 두 아들을 둔 엄마고요, 서진이 엄마입니다. 얘들이 둘 다 한창 사춘기라 예민하고, 저도 속이 자주 끓어서 뭐 좋은 해결책 없나 여기저기 알아보던 차에 박사님을 알게 되었어요. 이 수업 듣고 사 개월 후에는 우리 애들이 싹 다 내 마음 같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사님, 믿습니다! 호호호”     


 오십대로 보이는 여성은 한껏 꾸민 모습이었지만 파릇파릇 피어나는 서수지 옆에 있어서 그런지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그런데 자기 계발 과정에서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의 미래도 그릴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정현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엄마가 생각한 대로 된다고? 오, 이것은 새로운 도전인걸? 사 개월 뒤면 정말 저 아줌마의 두 아들이 거듭날 수 있단 말인가? 팝콘각이구나. 하하.     


아, 서진이 어머니이시군요! 그런데 이 자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찾고 기억하는 자리이니까요, 서진이 어머니라는 이름보다 본명을 밝혀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호호, 아이유, 내 정신 좀 봐. 박사님, 제가 제 이름으로 안 산 지 오래되어놔서, 예, 예. 제 이름은 이연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가 다 끝나자 김경열 박사는 따뜻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객을 크게 끄덕이더니 말하기 시작하였다.     


여러분, 그럼, 오늘부터 여러분의 미래를 찾아가는 준비를 시작해 볼까요? 사실 저도 이렇게 소규모로 자기 계발 세션을 갖는 것은 처음입니다. 항상 청중들 앞이거나 아니면 유튜브로만 해 봐서 저도 혹시 실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세션을 면대면으로 직접 경험자의 자기 계발 과정을 지켜보고 만들어 가는 그런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요새 자기 계발서가 좀 많습니까? 거의 자기 계발서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 말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지만, 또 그만큼 잘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와 닭이 되어가는 그런 과정을 최초로 지켜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진행될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여러분 각자가 기억하는 미래에 서 계시는 모습을 볼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오늘을 포함해서 앞으로 이 주일에 한 번씩 여기 이 자리에 모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총 8번의 세션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자, 여러분 각자 앞에 놓인 A4 용지가 보이십니까?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써 보십시오.     


 김경열 박사의 말대로 4명의 자리 앞에는 고급스러운 한지 소재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정현은 속으로 종이 질이며 펜 하나하나가 세련된 것을 보니,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써서 고른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일단 지금 이 세션이 진행되는 곳이 바로 그 유명한 갤러리아 포레 아닌가! 27층에 위치해서 그런지 탁 트인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정현은 갤러리아 포레는커녕 서울숲조차 와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나름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울이 아닌 경기도 동탄에 있는 반도체 회사였고 정현은 여기서 재무팀 대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 정현에게 녹음이 우거진 서울숲과 햇살이 내리비치는 서울숲에 맞닿은 한강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하다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열 박사의 말이 끝나자 다들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용광이 입을 열었다.     


“박사님, 죄송한데요, 제가 뭐 중간에 그만둔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하게 해 두고는 싶어서요. 도중에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요? 이 과정을 들어올 때 별다른 안내는 못 받았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중도에 그만두어도 환불받을 수 있는지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연자는 이 질문을 받은 김박사보다 더 놀란 것처럼 보였고, 무슨 이런 무례한 사람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수지는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니, 총각. 그… 좀 경우 없는 것 아닌가요? 우리 다 좀 잘해 보자고 온 건데. 무슨 중도하차예요! 본인이 지금 몇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온 지 몰라요? 박사님 기분 상하였으면 제가 사과드릴게요.”     


 이연자의 말에 김용광은 이연자를 쏘아보았다. 김용광은 이연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계속 말을 해나갔다.     

“여보세요, 저는 지금 박사님께 이야기한 건데요? 이 자리에 뽑혀서 좋긴 좋은데, 뭐 앞날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요. 제가 미리 말씀드렸지만, 꼭 중도하차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하려는 겁니다.”     


분위기가 더욱 어색해지려는 순간 김경열 박사가 입을 열었다.     


자자, 여러분. 지금 좋은 말씀 주셨습니다. 비록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오시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또 김용광 씨 말도 일리가 있어요. 원래는 이 자리가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환불이나 이런 것은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러분 아니어도 올 사람은 많았기 때문이지요, 엄격하게 말하면요. 그러나 저는 김용광 씨의 태도를 높이 삽니다. 그래서 여러분 중에 김용광 씨는 혹시나 도중에 그만두시면 제가 50%를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총세션의 3/4이 지났을 때에는 어렵겠지요? 괜찮으시겠어요?     


 김용광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하게 감사하다고 웅얼거렸다. 순간 가만히 있던 서수지가 고개를 들었다.    

 

“예, 박사님, 그럼, 저는요? 저도 혹시 나중에…”     


 말을 하려는 서수지를 이연자가 매섭게 쏘아보았다. 서수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에 김경열 박사는 웃으며 말하였다.     


서수지 씨, 서수지 씨가 그리는 미래에 중도하차라는 것이 있습니까? 제 생각엔 없을 것 같은데요?     


 이 말에 김용광이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 김 박사는 다시 주의를 환기시키며 앞에 놓인 종이에 자신의 미래를 그리라고 말하였다. 앞으로 15분 뒤에 각자의 기억을 살펴보겠다며.     

 정현은 가만 생각해 보았다. 내가 기억하는 미래라고? 그거야 뭐 로또 되어서 대박 나고, 이런 집에서 살면 좋겠다. 지금보다 살은 한 오 킬로만 빠지면 좋겠다. 해외팀 한 과장님이 나에게 관심이 있으면, 아니 열렬히 서로 사랑한 다음 결혼하면 좋겠다. 정현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주위를 언뜻 둘러보니 다들 각자의 희망과 상상 속에서 흐뭇해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서수지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저는요 에르메스 버킨백이 갖고 싶어요. 그럼 그걸 여기다가 쓰는 거예요?”     


 김경열 박사는 미소가 가득 담긴 얼굴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수지는 기뻐하면서 종이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한 자 한 자 크게 써나갔다. 정현은 서수지를 바라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쓰기만 하면 사 개월 후에 에르메스 버킨백이 생긴다고? 그럼, 내가 로또 일등 이렇게 쓰면 사 개월 후에 로또가 당첨되는 건가? 너무 쉽잖아.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데 순간 김용광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자, 여러분, 십오 분이 지났네요. 각자의 미래를 보도록 할까요? 우리는 매 세션당 두 시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그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자, 그럼, 이제 각자의 기억을 볼까요? 이번에는 가장 먼저 미래를 기억하신 우리 서수지 씨부터 시작합시다.     


 서수지는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저는요, 에르메스 버킨백 25 핑크색을 갖고 싶어요! 박사님 이게 제가 기억하는 미래입니다!”     


 김경열 박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미래를 보고 나서 총평은 마지막에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는, 우리 큰애는 서울대 의대에 붙고요, 우리 작은애는 서울대 자율전공학부에 붙는 미래를 기억했습니다. 호호호. 진짜 이렇게 되면 정말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여기 갤러리아 포레에 신혼집을 얻고 싶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은 내년 초라 사 개월 후에는 백 프로 안 될 것이 분명한데, 이래도 괜찮습니까?”     


 그렇다고 하는 김박사의 말에 김용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으나 김박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마지막 남은 정현에게 재촉하는 것이었다.     


“아, 저는…. 좀 갑작스럽긴 한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씀드릴게요. 로또 일등이 되어서 저도 여기 갤러리아 포레에 살고 싶습니다!”     


 정현은 말을 하고서도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 갤러리아 포레는 있는지도 몰랐던 자신이었다.      


 김경열 박사는 한 사람 한 사람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기억하시는 미래를 잘 보았습니다. 자, 그런데 한 번 봐보세요. 여러분이 지금 쓰신 것들은, 뭐 제가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좀 즉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떠한 것을 이루려면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요, 그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해요. 이 의지를 굳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간절함입니다.      


여러분, 왜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원하지만 이루지 못하는지 아시나요? 그들은 간절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원한다고 말을 하는 것들이 실상은 그들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을 바라기 때문이지요. 무엇인가를 기억한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무엇인가를 미래로 기억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자신의 존재와도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오늘 제가 여러분께 먼저 나누어드린 종이와 똑같은 것을 열 장 나누어드릴 테니, 정말 심사숙고해서 다음번 세션에 오실 때 써 오시길 바랍니다. 대신 지금처럼 그냥 몇 문장으로 끝내지 마시고, 될 수 있으면 자세하게 써 보세요. 수지 씨, 에르메스 가방을 원한다고 하셨지요? 그러면 그 가방을 언제 어떻게 매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고 매고 있는지, 색깔, 아 색깔은 아까 말씀하셨나, 어쨌든 정말 사진처럼 그려보세요. 아시겠지요?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기억을 만들어 내기 바랍니다. 그럼, 이번 세션은 여기까지입니다!      


 김 박사의 말을 듣다 보면 자신에게도 없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드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정말 긍정의 에너지로 꽉꽉 뭉쳐 있다는 느낌, 그리고 저러한 에너지를 나도 좀 갖고 싶다는 바람이 절로 일어났다. 분명 넉 달 후에는 지금과는 다른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다짐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각자 짐을 챙겨 네 사람은 김경열 박사의 집을 나섰다. 서로 처음이고 나이대도 다 달라서인지 어색함 속에서 네 사람은 길을 걸었다. 


 이연자는 누군가 길가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 가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가 주리라 하는 표정으로 세 사람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자 “아휴, 오랜만에 외출하니 좋네…. 다들 바쁘신가 봐요?”하고 먼저 물었다. 그래도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정현은 언제 동탄까지 가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다들 서울 사나, 나만 경기도인가. 아 앞으로 네 달간 어떻게 매번 여기를 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02화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