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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OH Oct 21. 2024

미라클 프로그램 가동

 자, 모두 따라 합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성공할 자격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김박사의 선창에 스무 명의 미라클리스트들은 모두 세 번씩 복창했다. 미라클센터의 모든 벽에는 액자로 각종 자기 계발 글귀들이 액자로 걸려 있었다. 그리고 미라클센터에 있는 집중 자기 계발실에는 스무 명의 미라클리스트들이 입소일에 제출한 “100일 후의 내 모습”이 크게 인쇄되어 벽에 붙어있었다.   

   

 “나는 10킬로를 감량한다!”, “나는 토익 만점을 받는다!”는 것과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있었고, “남 앞에서 자신 있게 자기 의견을 말한다!”, “높은 자존감을 갖는다!”는 것처럼 다소 추상적인 문구로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미라클리스트들은 모두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여 아침 운동과 명상, 오전 집중 자기 계발, 점심, 오후 집중 자기 계발, 저녁, 집단 수행시간 등으로 꽉 짜인 생활을 하였다. 이중 오전과 오후에 이루어지는 집중 자기 계발은 노동시간으로 이때에는 오로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주어진 일들 – 대부분 단순노동이었다 –을 하는 시간이었다. 


 매시간 미라클리스트들은 자신이 만든 글귀를 포함하여 벽에 붙은 모든 자기 계발 글귀들을 세 번씩 복창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내 안의 미라클이 깨어나고 있다. 나는 점점 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문구를 다시 세 번 복창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미라클리스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시간은 ‘집단 수행시간 – 내 안에 있는 미라클 깨우기’ 시간이었다. 김경열 박사는 처음 만난 시간 스무 명의 미라클리스트들을 둘씩 짝 지웠다. 그러고는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하였다. 이기는 사람은 앞으로 50일간 미라클러, 진 사람은 미라클리가 된다고 하였다. 미라클러는 각자 안의 미라클을 깨워주는 사람이요, 미라클리는 이렇게 해서 자기 안의 미라클이 깨인 사람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나서 50일 이후에는 서로 순서를 바꿔서 역할을 수행하면 모두가 진정한 미라클리스트로 태어난다고 김박사는 말하였다.      


여러분,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 미라클러들은 자신의 미라클리들이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자기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무한한 긍정의 힘을 깨닫게 해 주도록 돕고, 이끌어야 합니다. 이러한 도움은 때로는 미라클리들이 서운함을 느낄 정도로 매서워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무작위로 짝이 된 사람들은 서로 웃으며 미라클러 - 미라클리 활동을 시작하였다. 박성훈은 10킬로를 감량하고 싶다고 한 미라클리로, 키는 170센티미터가 조금 못 되었으나 몸무게는 90킬로가 넘는 서른한 살 청년이었다. 성훈의 미라클러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위하여 휴학 중인 스물다섯 살의 차윤성이었다.     

  “높은 자존감을 갖는다”는 것을 목표로 한 미라클리는 이제 막 사십 대가 된 이미현이었다. 늘 조용한 성격으로 남의 눈에 띄길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막내일 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그는 점점 중간자의 자리로 갈수록 자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 대리들은 대놓고 자기 말을 무시했고, 팀장도 자신이 하는 말에 입꼬리를 반쯤 올리며 비웃는 것 같았다. 여러 번 상담도 받아보고 했으나 미현은 결국 지난달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졌고, 회사로부터 병가를 받았다. 미현에게 자신감을 기르는 일은 계속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활이 걸린 일이었다. 


 이런 이미현의 미라클러는 미현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는 이준상이었다. 이준상은 자신이 미현 안에 숨어있는 미라클을 깨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준상도 자신의 목표를 “주도적인 사람이 되자!”라고 할 만큼 스스로 자신을 수동적이고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김경열 박사의 지도 하에 미라클러 – 미라클리 활동은 열기를 띠었다. 차윤성은 집단 수행시간 외에도 성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간단하게 주어지는 죽 먹는 시간 외에 차윤성은 식사 시간마다 매번 박성훈의 앞에 앉았다.     


“박성훈 미라클리님, 지금 자기 앞에 있는 그 양을 다 드실 건 아니겠지요?”


“아, 차 미라클러님, 그런데 제가 오전 집중 자기 계발에 정말 열심히 일해서요…. 배가 몹시 고픈데…”


“박 미라클리님, 우리 활동 시작한 지 벌써 이 주째인 거 아시죠? 그런데 뭡니까? 고작 일 킬로그램 빠졌어요. 이 일 킬로그램은 조금만 많이 먹으면 도루묵 되는 거, 더 잘 아시잖아요? 다시 태어나기 싫어요?”


“제가 이것만 먹고 오후 집중 자기 계발에 더 열심히 할게요…”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시죠? 다 미라클리 님 잘되라고 하는 겁니다.”


“…”     


 성훈은 차윤성의 눈치를 보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놈이, 왜 남 밥 먹는 것 가지고 난리야 짜증도 났지만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미라클 활동이므로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윤성의 간섭은 점점 심해졌다.     


“박성훈 미라클리, 당신 지금 간절함이 없구만?! 그따위 정신 상태로 미라클리스트가 될 수 있겠어?”     


 처음 차윤성이 박성훈에게 말을 놓고 소리를 높였을 때 모두가 놀라서 둘을 쳐다보았다. 차윤성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자, “어, 어…. 그러니까…, 지금 제가 좀 진지하게 임하다 보니, 너무 흥분했나 봐요…. 죄송합니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꾸벅 절을 했다. 박성훈은 사과를 하려면 나한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굳이 절하고 사과하는 차윤성에게 자신이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고 참았다. 


 그때였다. 김경열 박사가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겁니다, 여러분! 괜찮아요, 차윤성 미라클러.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나쁜 습관을 깨려면 그 정도의 채찍은 휘둘러야지요! 모두 차윤성 미라클러를 본받기 바랍니다! 박성훈 미라클리,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당신의 미라클을 깨우기 위해서는 이런 자극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감사해야지요! 자, 차 미라클러에게 감사합니다, 세 번 말하세요!     


 성훈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무례함을 참으라고? 그러나 김경열 박사를 비롯하여 사십 개의 눈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더 크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성훈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까짓 살 빼기가 뭐라고, 내가 여기로 왔단 말인가. 버러지가 된 것 같았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성훈은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차윤성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의 전개에 놀랐다. 이렬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가 좀 지나쳤나? 아니다, 나는 이 사람을 도와주려고 한 것이다. 저렇게 먹어대면 언제 살을 뺀단 말인가? 나중에 박성훈은 나에게 분명 고마워할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그의 미라클을 깨우는 미라클러 아닌가! 악역을 해야 한다. 그의 성장을 위해서…! 박사님도 더욱 애쓰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박사의 응원과 독려를 받아서일까, 이제 차윤성은 식사 시간뿐만 아니라 매 순간 박성훈의 곁을 맴돌았다. 김경열 박사에게 따로 부탁해서 박성훈의 미라클을 깨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수행하는 오전, 오후 집중 자기 계발 시간 자리도 박성훈 옆으로 옮겼다.      


“박성훈 미라클리! 어디 갑니까?”


“아, 저, 화장실 좀…”


“아까 다녀왔잖아요! 그렇게 집중하기가 어렵습니까?”     


 박성훈은 이제 노상 차윤성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는 항상 쭈뼛거리며 차윤성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 했고, 늘 긴장했다. 살이 빠지기는 하는 것 같았다. 박성훈은 달력을 보면서 자신이 차윤성의 미라클러가 될 때까지 참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현과 이준상의 경우는 좀 달랐다. 이준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현에게 대놓고 지적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저 조용히 “할 수 있어요, 미현 씨!”라고 말하거나 지지의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이미현은 그럴 때마다 속으로 고맙다고 생각했으나 이런 표현도 쑥스러워 말로 하지 못하고 조용하게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김경열 박사는 두 사람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준상 미러클러? 진정 이미현 미라클리의 미라클을 깨우고 싶습니까?      


 어느 날 김경열 박사는 여전히 조용하게 집단 수행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김박사를 쳐다보았다.     


미라클러 여러분, 이준상 미라클러를 도웁시다. 지금부터 이미현 미라클리에게 자존감을 깎는 말을 한마디씩 하기로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미현은 깜짝 놀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 한 거지? 이준상도 얼굴이 벌그레 올랐다. 자존감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에게 자존감을 깎는 말을 하라고?      


 김박사는 말했다. 강한 멘탈, 강한 정신력만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미현 미라클리, 당신이 진정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낀다면 지금부터 듣는 수많은 말들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미라클러들은 나를 따라 하세요! 그러더니 김경열 박사는 이미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검지로 이미현의 이마를 수 차례 밀치며 말하는 것이었다.     


“도대체가, 가망이 없어, 너란 년! 여기 온 지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데 그 모양 그 꼴이야! 네가, 응, 네가 그렇지, 뭐! 똑바로 서! 뭘 잘했다고 울어! 모지리 같으니. 너 낳고도 네 엄마는 미역국을 먹었대니? 살아 숨 쉬는 것이 아깝다!”     


자, 이준상 미라클러 님, 나오세요! 시작하십시오!     


“…”     


당신은 이미현 미라클리가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까? 시작하세요!     


“이미현 미라클리님…. 죄송해요…. 이 바보, 멍청아!”     


이준상은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렸다. 김박사의 훈계가 시작되었다.      


자신의 습을 벗어던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현 미라클리는 상처받은 자신을 대면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괴롭더라도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깨어나야 합니다. 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우리 이미현 미라클리를 위해서 한 마디씩 하세요!     


 분위기가 점점 고양되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쭈뼛거렸으나 점점 대담해졌다. 그 나이 처먹도록 아직도 그 모양이야? 머리는 장식이냐, 너는 점 같은 존재야, 병신, 벼어엉신!     


 이미현은 그저 울고 또 울었다. 


 역시 자기는 티끌 같은 존재였다. 무엇을 바꿔보겠다고 여기로 오려했던가.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데, 으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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