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의 추방 명령서, 미성년 보호센터로 향한 지안, 그리고 갈라지는
해가 뜨기 직전,
콘크리트 마당을 덮은 하우스 비닐은 첫 파도 같은 파열음을 냈다.
출입국 단속팀이 그물처럼 들어섰다.
어제 장 씨가 알려 준 뒷길은 이미 차단돼 있었고,
컨테이너 문을 열자 차갑고 하얀 손전등 빛이 먼저 들어왔다.
“루시아, 마이라—
여러 차례 체류지연 사실 확인.”
이름 없는 체류 기록이 법령 조항으로 변해 두 사람을 둘러쌌다.
지안은 처음 보는 용어 속에서도
스스로 입술을 깨물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
“미성년자는 구금대신 임시 보호.”
담당 직원은 삐뚤어진 눈으로 공문을 읽었다.
‘임시 보호센터 입소’라는 네 글자가
지안을 어두운 복도 끝으로 끌어당겼다.
공무용 밴이 해안도로를 벗어나자
인터넷 생중계 채널들이 이어붙은 휴대폰 화면이 떴다.
〈지안 가족 강제 추방 앞두고 있다〉
댓글 창엔 “아이를 지켜라”와 “법 앞에 평등”이
소금기 섞인 바람처럼 엇갈렸다.
서울에서 내려온 대책회의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직계 혈육 1인에 한해 임시 거주 허가”라는 절충을 택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마치 승리 선언처럼 수첩을 닫았지만
통보문에는 덧붙여 있었다.
『보호자 외 타인 동반 불가』—
루시아의 이름은 거기서 사라졌다.
부산공항 옆 출입국 송환대기실.
기내 스피커 차임 같은 방송이 멀리서 반복됐다.
루시아는 투명 유리창 사이로
지안의 얼굴을 보며 손을 맞댔다.
유리엔 바람 냄새가 없어서
숨결만 짧게 얼룩을 남겼다.
“엄마,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이 글 써 볼게.”
지안은 검은 노트를 유리에 기대 보였다.
표지에 굵게 적힌 제목—
〈바람이 집을 다시 찾을 때까지〉
루시아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아니라
숨을 길게 들이마셔 한 음절씩 말했다.
“계속… 적어.”
지안은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네.”
같은 시각,
마이라는 보호센터 앞에서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
“지안과 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월 1회 출석 보고,
관할 지역 제한.”
단어마다 쇠사슬이 달린 듯했지만
적어도 지안 곁을 지킬 명분이었다.
수녀는 성당에서 꺾어 온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마이라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바람이 무게를 달면 눈물보다 가벼울 거예요.”
꽃잎은 놀랍도록 가벼워
서류 위에서 종이보다 먼저 흔들렸다.
저녁, 임시 보호센터의 작은 침대 위에서
지안은 노트를 펼쳤다.
첫 문장은 흔들리지 않고 적혔다.
“바람은 울타리를 통과해도,
이름을 잊지 않는다.”
창문 너머로 바람에 밀린 구름이
해풍 냄새를 실어 나르듯
멀리 바다의 어둔 선을 안겨 주었다.
컨테이너도, 두 칸짜리 집도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그러나 지안의 글자들은
바람과 법 사이에서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언젠가, 집이라는 단어가
다시 세 사람을 동시에 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