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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의 깨달음

nv.1.37

by 해진 Haezin Oct 19. 2024

최근 들어 떡잎이의 잎 두 개가 노랗게 변했다. 떨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젠가, 떡잎의 잎 하나가 떨어졌다. 소리도 없이 떡잎이 자고 있을 때 떨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남은 하나도 곧 떨어지겠지…

 

떡잎은 생각했다.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죽지?

 

떡잎은 그게 자신이 말한 것인 줄 알고 서둘러 입을 닫았다. 자신이 생각을 하다 자기도 모르게 내어 버린 소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떡잎 말고도 다른 강낭콩이 있었던 것이다.

 

난 언제 죽지?

 

그 강낭콩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목소리가 떡잎의 것과는 달랐다. 높고 울리지 않는 그 목소리는 마치,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에 떡잎은 놀라 미처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뭐?

 

라고 내뱉었다. 그러자 옆의 강낭콩이 놀란 듯이 더욱 높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어? 나 말고도 다른 강낭콩이 있어?

 

그 말을 듣게 되자 떡잎은 자신이 목소리를 매우 크게 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민망해졌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버린 일.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떡잎은 생각했다.

 

응. 나.

 

대답은 몇 초나 뒤에서야 왔다. 아마 저 강낭콩도 자신이 말을 한 걸 뻘쭘해 할 테지, 하고 떡잎은 추측했다.

 

너는, 잎이 떨어졌니?

 

그 강낭콩의 대답이자 질문이었다. 그러자 떡잎은 우울하게 그렇다고 답해주었다. 저도 슬퍼하겠지, 라고 떡잎은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이의 반응은 떡잎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와!

응?

 

그가 놀라 되물었다.

 

기쁘지 않니? 잎이 떨어졌다는 게? 나는 이제야 오늘 하나가 떨어졌어. 넌 언제 떨어졌니?

 

떡잎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잎이 떨어진 것이 기쁘다니. 말도 안돼.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떡잎은 다시 입을 열 수 있었다.

 

어제, 밤에.

와, 그럼 남은 하나도 곧 떨어지겠네?

응. 그럼 나는 곧 죽겠지.

내가 먼저 죽으려나, 네가 먼저 죽으려나?

아마 나겠지.

너무 기쁘다, 곧 우리가 죽는 다는 게. 그렇지 않니?

... ... ... 죽는… 것이… 기쁘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넌 꿈이 없어? 네가 자라서 푸릇푸릇한 강낭콩이 되고 싶다는 꿈이 없어?

아니, 당연히 있지.

그런데 대체 왜-

우린 부모 같은 존재잖아, 그럼 됐지. 안 그래?

 

떡잎은 자신 옆에 있는 강낭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인지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부모? 무슨 부모? 부모는 뭔, 뭐야?

 

떡잎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다른 강낭콩이 대답을 해주려고 입을 벌린 찰나, 툭, 하고 떡잎의 하나 남아있던 잎이 떨어졌다. 떡잎은 대답을 듣지 못하고 떨어지며 남아있던 수분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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