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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나라 Oct 26. 2024

4) 둑흔 둑흔 첫여행: 태국 따오섬 & 낭유안섬

남자친구와 태국에서의 즐거운 시간들을 뒤로하고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축 처진 기분이었다. 내 일상은 항상 똑같았다. 아침에 부랴부랴 일어나 헐레벌떡 준비하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하루의 반복. 회사에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스트레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나를 기다리는 건 조용한 원룸과 끝나지 않은 피로뿐이었다. 바쁘게 일하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남자친구는 더 그리워졌다. 태국에서 함께했던 밝고 따뜻했던 순간들이 자꾸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멀리 있었지만, 마치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만이 내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는 것 같았다. 한국의 바쁜 도시 속에서 나는 어쩌면 더 외로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야근이 예상되어 저녁을 먹고 있었을 때 남자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회사에 휴가 얼마나 낼 수 있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글쎄, 오래는 못 내고, 주말과 공휴일을 끼우면 최대 4일 정도 연장해서 쉴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왜?"

그러자 남자친구가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그럼 태국 따오섬으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 어때? 휴가 날짜 정해지면 알려줘."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진짜?? 당연히 너무 좋지! 고마워! 최고야!"

그의 말이 나를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남자친구의 초대에 대한 설렘이 계속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휴가 계획을 짜며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마치 태국의 해변이 이미 내 발밑에 펼쳐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따오섬(Koh Tao)로 향했다. 방콕에서 만난 후, 우리는 1시간 남짓한 비행기를 타고 다시 2시간 반 동안 페리를 타야 했다. 이동 시간이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여정의 불편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 배가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페리가 섬에 도착했고, 우리는 서둘러 내렸다. 숙소에서 마중 나온 차에 타는 순간부터 바깥 풍경은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열대 나무들이 어우러진 따오섬의 풍경은 꿈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차가 숙소로 향하는 동안, 내 심장도 마치 풍경에 반응하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이 섬에서 펼쳐질 우리만의 특별한 시간이 더욱 기대됐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우리는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고 마당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당을 들어서자마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덕에 위치한 그곳은 마치 여행 인플루언서 인스타 피드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엔 프라이빗 인피니트 풀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바다가 보였다. 그 숙소는 나에게 꿈같은 현실이었다. 이 멋진 풍경에 내 마음도 물결치듯 출렁였고, 순간 모든 여행의 피로가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이게 진짜 현실이야?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환상적인 풍경인데?!" 나는 감격한 눈길로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 남자친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국에는 이런 멋진 숙소들도 가성비가 좋거든~ 3박 4일 동안 걱정 말고 실컷 즐기자!" 숙소 안으로 들어가자, 넓고 깨끗한 공간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샴페인을 포함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그곳에서의 시간이 이제 곧 행복으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너무 고마웠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그와 함께 이 멋진 순간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한 따오섬에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두 사람만의 프라이빗한 천국에서 모든 순간을 만끽하며, 이 여행이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느꼈다.




투자한 돈을 아낌없이 뽑아내기 위해 우리는 프라이빗 수영장에서 물 한 방울까지 만끽하며 최대한 오래 즐겼다. "언제 또 프라이빗풀에서 놀아보겠나?"는 우리의 슬로건이 되었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면서 개구리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그 당시 수영장 안에서의 액션으로 인해 아마도 살이 빠졌을 것이다. 그걸 보며 나는 '일석이조'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숙소에서 보이는 뷰는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 같아서, 하루가 다르게 또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매번 눈을 돌릴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그 풍경 덕분에, 뷰가 바뀌지 않는 것에 감사할 지경이었다!



 우리는 룸서비스 같은 배달 서비스 덕분에 외부와의 연결을 완벽히 차단하고, 숙소 안에서 편안하게 다양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음식을 시켜 먹으며 태국에서의 미식 여행을 즐겼다. 특히나 아침마다 제공되는 신선한 코코넛 워터는 나의 최고 애정 메뉴였다. 여름의 태양 아래서 시원한 코코넛 워터를 한 모금 들이킬 때마다, 그 쾌감은 마치 열대의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주는 듯했다. 코코넛의 자연스러운 달콤함과 상큼함이 입안을 감도니,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이틀 동안 숙소에서 휴식하며 풀장에서 '프라이빗 풀 드라마'를 찍고, 개구리 트레이닝으로 남자친구를 혹사시키며 웃음을 터뜨리던 우리는 3일째에 드디어 숙소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마음으로, 외부의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남자친구는 프라이빗 보트를 빌려 나를 섬 곳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빠르게 질주하는 보트 위에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물방울이 얼굴에 시원하게 튀어 오를 때마다 우리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코타오 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푸른 바다와 청정한 해변, 울창한 정글을 보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특히나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이곳에서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한국의 '빨리빨리' 도시 생활과는 완전히 달라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선 진짜 모든 걸 내려놓고 쉬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자연과 깊이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순간, 여기에 눌러앉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보트 가이드에게 '코타오의 자연이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는 거죠?'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기 사람들은 자연 보호에 진심이에요!'라고 답했다. 코타오에서는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 많은데, 특히 해안가와 자연 보호 구역에서는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고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스노클링이나 다이빙할 때 가이드들은 산호초와 물고기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고, 섬 전체에서 정기적으로 해양 쓰레기 청소 캠페인도 열리고 있다고도 했다. 해변에서 몇몇 주민들이 열심히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자연과 지역 사회를 존중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관광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웠다. 코타오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제대로 가르치고, 여행 중 지켜야 할 친환경 규칙을 꼭 안내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배출은 기본이고, 해양 생물에 손대지 말라는 경고도 꼭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에코 리조트 같은 숙소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을 적극 실천하며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고도 했다. 우리 숙소 같은 작은 규모의 숙소에서도 침대 시트나 수건 재사용 안내 문구를 본 적이 있어서, 이게 바로 그 예라는 걸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와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관광객들에게 지역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라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고 하니,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인 셈이다. 이 모든 노력을 보고 나니, '와, 우리도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자연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실천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코타오 섬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예쁜 풍경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낭유안섬 (Koh Nang Yuan)에 도착했다. 하얀 모래사장이 에메랄드빛 바다 사이로 길게 뻗어 있는 모습에 우리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물과 물 사이에 모래사장이 마치 자연이 만든 런웨이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이게 현실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해변으로 달려간 우리는 얕은 물속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쳤다(사실, 기어 다녔다). 푸른 바다가 우리를 감싸고, 잔잔한 파도와 함께 춤추듯이 둥둥 떠다니며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섬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나는 마치 산 정상에 올라가라고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살짝 기겁했다. 그 전망대가 너무 높아 보였고, 게으르고 싶었던 나에게는 다소 벅차 보였다. 결과적으로 섬 전경을 한눈에 담을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남자친구가 ‘그렇게 높은 데가 아니야, 그냥 하늘이랑 가까운 느낌이야’라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르면서, ‘그때 좀 더 용기를 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꼬르륵~ 꼬르륵~' 끝없는 헤엄질의 대가로 내 뱃속이 시위를 시작했다. 마치 배 속에서 작은 괴물들이 연주회를 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남자친구는 그 소리를 듣고 웃더니 ‘오늘은 좀 더 특별한 곳에서 먹자!’며,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나를 이끌었다. 그날 날씨는 완벽했다—태양은 밝았고, 습기 없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걷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었다. 걷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은 극강의 평화로움에 휩싸여, '이런 순간이 바로 천국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레스토랑은 한 비밀스러운 베이를 바라보는 멋진 뷰를 자랑했다. 우리가 앉은자리에서 바닷가의 푸른 물결과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감상하며, 탁 트인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태국 전통 음식을 맛보며, ‘이런 곳에서의 식사는 절대 잊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메뉴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여유로운 분위기와 한없이 행복했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태국은 모기의 천국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모기들이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오, 저기 저 맛보지 못했던 이국적인 외국인 피!"라고 하며 열광적으로 달려드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모기에게 우리의 신성한 피를 내어주고, 곳곳에 모기 물린 자국들이 남았지만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나는 모기를 극도로 싫어했지만 그 불편함보다는 이곳에서의 순간들이 더 가치 있게 느껴졌기 때문에, 모기에 물린 피도 그리 아깝지 않았다. 우리에게 모기와의 전투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지만, 사실 모기들은 단순히 성가신 것 이상의 위험을 품고 있다. 태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모기 퇴치 스프레이는 그야말로 생명줄! 이걸 안 챙기면 당신은 모기의 만찬 VIP로 초대받을지도 모른다. 혈액 기부도 좋지만, 모기에게는 하고 싶지 않다면 꼭 챙기길 바란다. 


3박 4일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만큼, 그 여행 동안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꼈다. 매일매일이 마치 꿈속을 헤엄치는 듯했으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걱정은 사라진 채 자유의 날개를 펼친 기분이었다. 해변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프라이빗 풀에서의 한가로운 시간 속에서, 그리고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했다. 그 순간들이야말로 지쳐있던 나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남자친구가 이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 준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강한 사랑의 유대를 맺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며, 그가 나에게 주었던 행복과 사랑을 더욱 잘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의 첫 여행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추억과 더 큰 의미를 지닌 시간이 되었다. 매일매일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사랑을 이루듯, 우리는 그 여행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깊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리라 믿게 되었다. 다시 한번, 그때 모든 것을 계획해 준 지금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동과 사랑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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