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시골이야기

by 이모양

한때 시장 과자의 매력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종류별로 펼쳐놓은 과자들을 원하는 만큼 봉투에 담을 수 있고, 곰돌이 푸를 닮은 아저씨는 “서비스”라며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더 넣어주었기 때문에 홀딱 넘어가버렸다. 시장이 동네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장에 가려면 반드시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동생과 나는 어머니 없이 버스를 타는 게 무서웠다. 그런데 과자가 너무 먹고 싶었다. 결국, 용기를 내서 둘이 손을 꼭 잡고 버스에 올랐다.


매번 시장에 갈 때마다 어머니를 따라가기만 해서 길을 정확히 몰랐지만, 기억을 더듬어가며 익숙한 듯 낯선 길을 찾아갔다. 터미널에서 내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금은방 옆 오른쪽 길로, 조금 지나서 왼쪽으로 꺾으면 월드마트.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왼쪽 길을 따라가면 과자가 나타났다.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과자를 담는 동안 아저씨는 우리를 흐뭇하게 보며 “기특하다”며 평소보다 과자를 더 많이 담아주셨다. 동생과 나는 환하게 웃으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로도 종종 과자를 사러 동생과 과자 아저씨를 찾아갔다.


사두었던 과자가 떨어져 또다시 시장에 가기로 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버스를 탔다. 기사님이 어디 가는지 물으셨고, “시장에 과자 사러 가요!”라고 대답하자 기사님은 웃으며 “잘 다녀온나”라며 내릴 때 손을 흔들어주셨다. 조금은 익숙해진 길을 따라 시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과자와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월드마트를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 길을 되짚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과자도 과일도 핫도그도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이 점점 어둑해지고, 어쩔 수 없이 당황스럽고 아쉬운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어머니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시장에 갔는데 과자도 없고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고. 어머니는 “오늘은 장날이 아니라서 장이 안 선다”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왜 그런지 물었다. 시장은 매일 열리는 게 아니라, 0과 5로 끝나는 날에만 열린다고. 그래서 과자와 핫도그 아저씨도 그날에 맞춰서 온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갈 때마다 과자를 살 수 있었을까? 그렇다. 지금까지 운 좋게도 장이 서는 날만 골라 갔던 것이었다. 옛 속담 맨키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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