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1
지붕 있는 집에 살 때, 흔들리는 이를 뽑아서 지붕 위로 던지곤 했다. 지붕 틈 사이에 이를 끼워두면 까치든 닭 사료를 뺏어 먹으러 오는 참새든 내 이를 물어갈 거라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옥상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앞니가 흔들려서 이를 뽑았지만, 이제 던질 지붕이 없었다. 차라리 땅에 묻고 싶었다. 오빠는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던져라”라고 했다. 찜찜했지만 결국 옥상으로 이를 던졌다.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정말 이가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붕이었다면 올라갈 수가 없으니 까치가 물어갔겠거니 생각할 텐데, 옥상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 몰래 옥상에 올라가 내 이를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까치가 못 찾을 것 같아서 주워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을 샅샅이 뒤져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행히 이는 새로 났지만, 옥상 어딘가에 내 이가 남아있을지도 찝찝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옥상 2
옥상이 생기니 좋은 점도 있었다.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달에게 소원을 비는 일이다. 땅에 서서 소원을 비는 것보다 옥상 난간에 기대어 손깍지를 끼고 달을 바라보는 게 훨씬 신비롭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달을 가리는 건물이 없어서 좋았다.
어머니는 정월대보름과 추석 밤마다 달에게 소원을 빌라며 동생과 나를 옥상으로 보냈다. 다행히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는 일까지는 시키지 않았다. 동생은 가족의 행복을 빌었고, 나는 굳이 중복해서 빌 필요가 없으니 개인적인 욕심을 달에게 털어놓았다. 며칠 지나도 겉으로 보기에 보름달 모양이니 연휴가 끝날 때까지 옥상에 올라가 소원을 빌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다. 산타도 안 믿었으면서.
옥상에 올라가지 않은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게 다 달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은 탓이다.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소원대신 갤럭시로 달을 찍으며 정말 토끼가 사는지 아니,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지나 확인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