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삶의 목표와 현실의 차이를 마주하며 심리적 허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인생의 절정기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이 시기는 외적으로도 사회적 역할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나 역시 성숙기에 접어들며 그러한 변화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있다.
몇 달 전,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일들로 인해 밤잠을 설쳤다.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빗질하며 서 있는 피로한 나를 보았다. 가벼운 빗질에도 듬성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다. '이거 뭐지, 이게 내가 맞이해야 하는 성숙기의 신호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몸에서 느껴지는 이런 변화들은 나에게 다가온 성숙기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나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내면을 돌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노력했다.
|외모와 자아실현에 대한 관점
최근에는 경제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성숙기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숙기를 더 이상 부정적인 시기로만 보고 있지 않다. 성숙기는 자아를 실현하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자, 사람들 사이에서 우열과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성숙기 사람들도 외모 관리를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유지하고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자 한다. 외모에 신경 쓴다는 것은 성형수술을 특정하지 않는다.
외모 관리가 자아실현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외모를 가꾸고 신경 쓰는 일은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내면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현재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나 역시 그런 현상과 생각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외모를 가꾸게 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나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외모와 내면, 그 사이에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불안하다면, 그 외적인 아름다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삐딱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는 외모의 중요성보다 내면의 성숙함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해 왔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변해가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지적하더라도 나는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이 듦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우리 모두가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자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거울을 볼 때마다 그리고 내 몸의 변화를 느낄 때마다 멈칫하게 된다. 아니, 깜짝 놀란다. 그래서 거울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남들 앞에서는 당당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리 쿨하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마냥 풋풋하게 젊지만은 않다. 내 몸은 과거와 다르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그런 변화를 알면서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아마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최고이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노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삶의 본질, 내 안에서 발견하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성숙기에는 외모가 아닌 마음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외모는 시간과 함께 변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은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더 깊고 풍요롭게 그리고 강해질 수 있다. 성숙한 삶이란 외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외모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정의할 수 없다.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마음이 평화롭지 않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마음이 평화롭고 안정될 때 우리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느끼게 된다.
이것은 마음의 힘이며, 성숙한 삶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질은 평온하고 아름다우며, 흔들리지 않고 강하다.
|진정한 성숙의 길, 자기 인식
외모,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다. 그것은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될 때, 외모의 변화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진정한 성숙의 삶은 나의 마음을 살펴주고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때 비로소 외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안에 있는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진정으로 성숙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은 외부의 평가로 좌우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품어줄 때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