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와 운동
나이가 듦에 따라 이전과 다르게 경험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하루 종일 바삐 움직여도 거뜬했는데, 이제는 하루의 신체 움직임량과 소모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다음 날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 ‘아구아구~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입에서 나면 그야말로 중년기에 접어들었다’는 웃음 섞인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들을 느끼며 단순히 나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이 듦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증상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에 헬스장을 방문하여 등록하고 트레이너와 함께 실내를 둘러보았다. 헬스장에서의 운동은 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다양한 운동기구들 사이에서 다소 위축되기도 했지만 내 몸이 조금씩 단련되는 과정을 기대하며 도전을 외쳤다.
헬스장에서의 첫 운동이 시작되었다. 으랏차차! 내 마음은 20kg도 거뜬히 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0kg의 무게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평소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그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대부분인 나에게 운동 후에 찾아오는 근육통은 만만치 않았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나는 한 시간 동안 온몸의 근육들을 총동원했다. 오랫동안 큰 움직임 없이 편안히 쉬고 있던 근육들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깨어나 '움직이지 않겠어!'라며 반항하는 것 같았다.
첫날 운동을 마친 후, 나는 기진맥진했다. 운동이 힘들어서 지친 것이 아니라, 그냥 아팠다. 내 몸은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덜컹거렸고 모든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몸은 움직임을 거부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루 운동하고 나서 삼일을 쉬어야 했고, 나의 몸은 아파하는 근육을 이해시키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의 도전, ‘성숙기의 운동 시작’은 유쾌한 에피소드를 제공하며, 다시 운동할 수 있도록 일으켜 세웠다. 나의 생각과 움직임은 선형적이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지금까지 도전을 실천하고 있다.
중년이라는 단어는 흔히 나이 듦과 관련된 육체적 변화로만 인식되어 불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고 싶지 않은 측면에서, 나는 이 시기를 ‘성숙기’라고 부른다. 성숙기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과 외면이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성숙기는 더 이상 젊음을 아쉬워하는 단계가 아니라, 내면의 지혜를 쌓고 자신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성숙기는 나이의 무게를 떠안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깊이 돌보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성숙기의 사람들은 신체적 건강 유지를 위해서,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칼로리를 소모하여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한다.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삶의 질은 높이기 위한 운동이라는 것에는 그 목적이 같다.
20대 때 나는 아파본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나도 한 번쯤 아파서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때의 건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었고, 내가 얼마나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 과정에 엄마의 죽음은 나를 철들게 했지만 너무나도 미숙하였던 것은 분명하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은 약해지고 둔화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전처럼 자연스럽고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체의 건강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신체 활동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운동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더 깊어지는 내면의 세계의 확장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스스로를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하나의 철학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을 단련하며 우리는 내면의 힘과 인내를 함께 키워가야 한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아픔을 느끼는 것은 마치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지만 괜찮아지려고, 나아지려고 노력하며 도전하는 나에게 신뢰가 간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높아지는 운동 강도를 잘 견뎌내고 있다.
‘견딤’은 단순히 고통을 참은 것이 아니다. ‘견딘다는 것’은 성숙과 성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년기에 접어들면,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때 그냥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성장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는 희망이 있고, 희망을 품은 견딤은 성숙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이 아프고 힘들지만, 삶과 조율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자신만의 균형을 이루며 성숙하고 성장하여야 한다.
성숙기에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였고, 그 결정을 통해 나는 다시금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운동은 쉽지 않다. 물론 재미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기의 운동은 유쾌할 수 있다. 첫날 운동 후 삼일을 쉬는 과정에서 내 몸이 회복하는 것을 보며 신체의 신비를 느끼고, 운동 초기에는 보이지도 않던 땀이 이제는 수건으로 닦을 정도로 많지만 개운함을 느끼고, 이 운동이 나의 노화를 늦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나에게 선순환한다.
성숙기의 운동은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운동은 나 자신을 돌보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며, 나를 위해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이 선물을 통해 나는 더 풍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